|
1990년 프로야구에 뛰어든 LG 트윈스는 창단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창단 첫 해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야구판을 뒤흔들더니, 1994년 다시 정상을 밟았고, 1997년과 1998년 잇따라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1990년대 LG는 신흥명문이라고 할만 했다.
경기를 감독이 지휘하고, 선수가 풀어가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게 구단 운영 시스템이다. 감독을 선임하고 선수단 운영을 뒷받침하면서 지원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게 구단 프런트의 역할이고, 프런트의 정점에 있는 게 구단 사장과 단장이다. 사장과 단장은 구단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팀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리더다. 또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앞을 내다보고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우선 야구를 잘 알고 구단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야구와 구단 운영에 대한 경험,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LG 구단 고위 프런트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LG 트윈스의 전진우 대표이사는 LG전자와 LG상사를 거쳤고, 백순길 단장은 LG전자 출신이다. 2010년 트윈스 대표이사, 단장을 맡을 때까지 야구와 무관한 일을 했다. 최소한 둘 중 하나는 구단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사였어야 한다.
잠실구장을 함께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는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현재 두산 대표이사인 김승영 사장은 야구 경기인 출신은 아니다. 1991년 두산그룹의 광고회사인 오리콤에서 일하다가 야구가 좋아 베어스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2002년 말부터 2003년 중반까지 잠시 야구단을 떠나 있었는데, 이 6개월을 빼고는 20년 넘게 베어스에서 잔뼈가 굵었다. 과장으로 시작해 부장, 단장대행, 단장을 거쳐 지난해 사장에 올랐다. 잠시 거쳤다가 떠나곤 하는 옆집 사장과는 비교가 안 되는 경력이다. 선수 출신인 두산 김태룡 단장은 1984년 롯데 자이언츠 기록원으로 시작해 1990년 베어스로 옮겨 1군 매니저, 운영팀장 등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전문 프런트다. 1990년대 LG에 밀렸던 베어스가 2000년대 들어 LG를 넘어선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