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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강 삼성의 목표는 일본 챔피언 요미우리와 결승전에서 맞붙어 승리하는 것이었다.
방심한 챔피언의 몰락이었다. 삼성은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2011년 대만에서 열린 대회에서 일본 우승팀 소프트뱅크를 누르고 국내클럽으론 첫 정상에 올랐다. 삼성은 2012시즌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했다. 2년 연속 국내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아시아 정상 자리에서 내려오는 건 한순간이었다. 삼성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라미고와의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삼성 야구가 가장 안 좋을 때 현상이 모두 드러났다. 삼성은 지난 1일 SK를 7대0으로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4승2패로 우승했다. 그후 8일 만에 실전 경기를 했다. 류중일 감독은 4일부터 선수들을 소집해 훈련했다. 당초 보다 하루 앞당겼다.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호투했던 외국인 투수 탈보트와 고든은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이번 대회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고향 미국으로 보냈다.
류증일 감독은 삼성은 맞붙기 전에 상대를 분석하고 싸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삼성 타자들은 준비하고 들어갔을 때는 누구 보다 약점을 잘 파고 들었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투수에게 속수무책을 당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번 시즌에도 롯데 진명호 등에게 어이없이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삼성 타자들은 3안타에 그치면서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한마디로 물방망이였다. 한국시리즈 MVP 이승엽은 4타수 무안타(3삼진)으로 무기력했다. 이번 시즌 팀 타율 2할7푼2리(1위)가 무색할 정도였다.
삼성은 2006년 이 대회에서도 라미고의 전신 라뉴에게 졌던 아픈 추억이 있다. 류 감독은 8일 라미고와 차이나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라미고는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14대1로 콜드게임 승리를 했다. 대만 타자들은 힘이 좋고 장타력을 갖췄다는 걸 류 감독도 알고 있었다. 주의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류 감독은 대비를 하겠다고 했지만 삼성 선수들은 경기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4회 선두 타자 린홍위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맞았다. 몸쪽으로 던진 투심이 가운데로 몰려 실투가 되고 말았다. 계속 리드를 당한 삼성은 7회에는 이승엽의 송구 실책에 이은 위기에서 2타점 적시타를 맞고 와르르 무너졌다.
삼성은 올해 선제점을 주고 끌려갈 경우 후반에 뒤집는 뒤심을 보여준 적이 무척 드물다.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랬다. 선제점을 내주면 그냥 무너졌다.
삼성은 그들의 약점이 뭔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가장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준비 소홀로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