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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왜 넥센이 버린 김시진을 택했을까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1-05 17:30


양승호 감독을 경질한 롯데 자이언츠가 김시진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54)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지난달 30일 양 감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6일 만인 5일 새 사령탑을 선임한 것이다. 롯데는 김 감독과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액 12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넥센은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김 감독을 내보내고 šœ은 지도자 염경엽 감독(44)을 사령탑에 올렸다. 김 감독을 내보낸 넥센과 그를 부른 롯데가 확연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다.

롯데는 왜 불과 두달 전에 넥센에서 해임된 김 감독 카드를 집어든 것일까.

양 감독이 경질된 직후부터 김 감독은 조범현 전 KIA 감독, 김인식 전 한화 감독, 김성근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 등과 함께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다. 롯데 구단은 10월 30일 양 감독 경질을 발표하며, 양 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직후인 10월 24일 구단에 사의를 나타냈고, 고심끝에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양 감독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새 사령탑 선임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양 감독 경질을 발표한 시점에서 롯데가 이미 김 감독 선임 쪽으로 물줄기를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새 감독의 윤곽을 잡은 상태에서 모기업, 구단 최고위층의 재가를 기다렸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전부터 롯데가 김 감독과 특별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롯데 구단 사정에 밝은 한 야구 관계자는 롯데가 2010년 시즌 중에도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의 재계약 포기를 염두에 두고 김 감독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당시 3년 계약의 두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던 김 감독은 고심 끝에 롯데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계약이 남아있는 감독이 타 팀 사령탑으로 옮겨간 예가 없었다. 또 오로지 우승만 바라보고 있는 롯데 분위기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롯데는 플레이오프가 끝난 직후에 김 감독과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구단 주변에서는 양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경질될 운명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롯데가 플레이오프에서 SK에 패한 순간 이미 양 감독의 경질이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선발 20승을 두 차례 기록한 김 감독은 투수코치 시절 투수 조련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평양과 현대에서 투수코치로 능력을 인정받아 사령탑까지 올랐다. 감독으로서 특별한 성적을 낸 것은 아니지만, 투수를 길러내는 능력만은 최고라는 말을 들었다. 롯데 또한 이런 김 감독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롯데는 김성배 최대성 강영식 등으로 이뤄진 막강 불펜투수진을 가동해 정규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두산을 꺾었다.

야구인들은 온화하고 무난한 성격인 김 감독 스타일이 롯데 구단 성향 내지 코드와 잘 맞는다는 얘기를 한다.

롯데는 구단 최고위층의 입김이 강한 팀이다. 카리스마 강한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을 경우 구단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가 양 감독에 이어 원만한 성격인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유다.

물론, 지도자가 갖고 있는 역량을 떠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모기업이나 구단 최고위층의 의중이다. 롯데 최고위층이 오래 전부터 김 감독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주의깊게 지켜봐 왔다고 한다.

롯데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양 감독을 경질했다. 양 감독에 앞서 롯데를 지휘했던 로이스터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으로선 롯데행이 또다른 도전이 될 것 같다.

한편, 김 감독은 넥센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민태 코치를 투수코치로 불렀다. 김 감독은 시즌이 종료된 후 넥센을 떠난 정 코치에게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 내가 어딜 가도 너를 제일 먼저 부르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롯데행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혀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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