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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스트라이크존을 핥았다. 장원삼의 '코너워크'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11-01 21:19


삼성 장원삼이 1회 SK 최 정을 136㎞짜리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투수에게 제구력이 좋다는 말은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공을 던지는 능력이 뛰어남을 의미한다.

보통 제구력은 후천적인 노력보다 타고난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도 있다. 스피드가 빠르지 않더라도 송곳 제구력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오랫동안 마운드를 지배할 수 있다. 송곳 제구력이란 실투없이 스트라이크존 외곽을 공략하는 코너워크(corner-work)가 뛰어남을 의미한다. 사전에는 코너워크를 '스트라이크 존 양 옆의 끝을 겨우 통과하도록 던져 타자를 아웃시키는 투구 솜씨'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통틀어 역대 최고의 코너워크 투수를 꼽자면 단연 그렉 매덕스를 들 수 있다. 매덕스는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별명으로 20여년간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했다. 그는 90년대 전성기때 "공 27개로 완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을 정도로 제구력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97년에는 33경기에서 232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20개 밖에 내주지 않았는데, 그 가운데 벤치의 지시로 허용한 고의4구가 6개였으니 그의 제구력에 찬사가 쏟아질 만도 했다. 매덕스의 뛰어난 코너워크에 타자들은 초구부터 방망이를 내밀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통산 109번의 완투를 한 원동력이 바로 코너워크였다는 이야기다.

코너워크의 생명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몸쪽 또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칠까 말까하는 공은 미리 알고 노려치지 않는 이상 좋은 타구를 날리기 힘들다. 코너워크가 뛰어난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벗어난 공을 던진다 하더라도 상대 타자의 방망이는 움직이게 돼 있다. 코너워크가 제대로 된 공을 공략하려면 스트라이크존 경계선에서 공 1~2개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선구안이 필요한데, 그게 타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 장원삼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코너워크의 정수를 보여줬다. 7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져 안타 1개만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펼쳤다. 특히 4사구는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고, 삼진은 9개를 잡아냈다. 장원삼은 올시즌 27경기에 등판해 무4사구 경기를 9번이나 펼쳤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을 과시했다. SK 타자들로서는 코너워크가 뛰어난 장원삼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조차 펼치기 힘들었다.

'스트라이크존을 핥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장원삼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경계선을 절묘하게 넘나드는 코너워크로 SK 타자들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삼진 9개 가운데 3개가 '루킹'이었다는 점이 장원삼의 완벽한 코너워크를 설명해 준다.

삼성 타선이 1회초 선취점을 뽑아내자 장원삼은 1회말부터 신바람을 내기 시작했다. 2사후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 SK 타자중 가장 뛰어난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던 최 정을 풀카운트에서 6구째 136㎞짜리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회말 이호준은 풀카운트에서 7구째 142㎞짜리 직구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면서 삼진을 당하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3회 1사후 조인성은 몸쪽 143㎞ 직구를 그냥 바라보다 삼진을 당했고, 4회 정근우 역시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몸쪽 슬라이더를 그냥 흘려보냈다. 완벽한 코너워크의 승리였다.

SK 타자들 중 장원삼의 공을 가장 정확히 받아친 선수는 4회 최 정이었다. 4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던 장원삼은 최 정을 맞아 볼카운트 1B에서 2구째 141㎞짜리 직구를 던지다 좌월 2루타를 허용했다. 몸쪽으로 던진다는 것이 약간 가운데로 쏠렸다. 그것 말고는 실투가 보이지 않았다. 21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땅볼 8개, 플라이 4개로 주무기인 낮게 깔리는 슬라이더의 코너워크가 특히 돋보였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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