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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경기를 보면, 내야수들의 오른손이 수시로 뒷주머니로 들어가는 장면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투수가 투구동작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손은 뒷주머니에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지난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5차전. 1회 선취점을 낸 삼성이 3회말 1사 1,3루 찬스를 맞았다. 다음 타자 박한이의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 SK 유격수 박진만은 앞으로 대시해 글러브로 타구를 잘 낚아냈다. 하지만 글러브에서 공을 바로 꺼내지 못했다. 반 박자 이상 타이밍을 놓쳤다. 결국 이미 홈에 근접한 3루주자 이승엽을 포기하고 1루로 송구할 수 밖에 없었다. 4회 1점을 추격하고, 1점차로 석패했기에 너무나 뼈아픈 실점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진만이가 송구할 때 한 번에 공을 쥐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손이 굳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앞선 1~4차전과 달리 5차전에 들어서자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경기가 열리는 시간의 기온은 4~6도. 체감온도는 영하까지 떨어졌다. 겨울이라 해도 믿을 수 있는 날씨다. 선수들의 복장도 달라졌다.
상의의 경우 유니폼 안에 착용하는 언더셔츠의 두께가 약간 두꺼워질 수 있다. 몸의 열을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보호하는 기능성 제품을 착용한다. 가끔 언더셔츠를 두 장 껴입는 선수들도 있다.
그래도 보호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목이다. 그렇다고 목도리를 할 수는 없는 법. 선수들은 간편하게 쓸 수 있는 넥워머를 착용한다. 하지만 넥워머의 경우엔 착용했을 때 답답함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있어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민감한 선수들의 경우엔 방한을 위한 용품들도 그저 걸리적 거릴 뿐이다.
추위에 대처하는 자세, 정해진 건 없다. 선수들에 따라 개인차도 크다. 삼성 박석민은 불편함 때문에 긴 언더셔츠를 착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공을 던지는 게 일인 투수는 대부분 반팔 차림이다. 몸을 충분히 풀고 올라가기에 추위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게다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온 신경을 투구에 집중하기에 크게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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