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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최고 삼성과 참 안어울리는 1만석 대구구장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0-28 10:24 | 최종수정 2012-10-28 10:24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과 SK의 경기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삼성팬들이 대형 현수막을 이용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대구=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25/

SK와의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승리한 삼성 라이온즈는 2002년 첫 우승 후 지난해까지 4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응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처음으로 맛보았고, 선동열 감독 시절인 2005년과 2006년 잇따라 정상에 오른 데 이어, 류중일 감독 체제 첫 해인 2011년 다시 샴페인을 터트렸다. 삼성은 2000년대 중반부터 3차례 우승한 SK와 함께 현재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팀이다.

해태 타이거즈 신화의 주역 김응용 선동열 한대화 등을 끌어들여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푼 삼성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류중일 감독 체제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격과 수비, 투수력 등 각 부문에서 전력의 완성도가 가장 높은 팀이 삼성이다. 오랜 기간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극강'으로 불릴만큼 막강 전력으로 평가됐던 삼성은 개막 2연전을 내주는 등 초반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금방 부진을 털어내고 벌떡 일어나 지난 5월부터 선두를 질주했다. 삼성의 앞을 가로막을 팀은 없었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SK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은 빈틈을 찾기 어렵다는 SK를 확실하게 제압했다. 가장 영리하게 야구를 잘 한다는 SK 선수들도 1,2차전을 치르면서 큰 벽을 느꼈을 것이다.

막강 전력을 자랑하는 삼성 야구. 그런데 한국 최고의 기업인 삼성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라이온즈답지 않은 부분이 있다. 홈구장인 대구시민야구장(대구구장)이다.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과 SK의 경기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이승엽과 삼성 선수들이 런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대구=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25/
대구구장은 1948년 건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이다. 삼성이 프로야구 원년부터 사용해 왔는데, 그동안 수차례 보수공사가 이뤄졌지만, 꾸준히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내부 시절이 조금 바뀌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야구관계자가 대구구장을 찾았다면, 이게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팀,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이 소속된 한국 프로야구 간판팀, 세계 최고의 IT기업 삼성전자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팀의 홈구장이 맞나 눈을 의심했을 것 같다.

관중 1만명 수용규모인 대구구장은 포스트시즌 흥행 열기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한해를 결산하는 최고의 무대 한국시리즈가 관중 1만명 앞에서 치러진다는 게 영 어색하다. 2만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구장(두산)과 사직구장(롯데), 문학구장(SK)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와도 극명하게 대비가 된다. 대구구장 관중 1만명은 포스트시즌 흥행의 블랙홀이나 마찬가지다.

대구시는 올해 말에 대구시 수성구에 1062억원을 투입, 2만4000석 규모의 새구장 건립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장기간 구장을 임대해 사용한다. 지난해 초 새 야구장 이야기가 나오고 거의 2년 만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2015년 상반기에나 완공이 가능하다. 그때까지 삼성은 만들어진 지 60년이 넘은 미니 사이즈 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한국 최고의 팀과 참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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