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마리오에게 대구구장은 악몽 같은 곳이다. 무릎 부상을 도지게 만든, 그리고 정확히 두 달 동안 등판하지 못하게 만든 곳이다. 지난 7월25일 대구 삼성전. 선발등판한 마리오는 1회말 무사 1,2루서 나온 이승엽의 1루수 앞 땅볼 때 베이스커버를 위해 1루로 향했다. 오른발로 베이스를 밟은 마리오는 공을 받는 과정에서 왼 무릎에 체중을 싣다 통증을 느꼈다.
플레이오프 4차전 때 마리오는 무릎 상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역투를 펼쳤다.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경기 전 SK 이만수 감독은 "오늘 대기하는 투수가 많지만, 마리오가 지난 등판처럼만 해주면 좋겠다. 마리오가 긴 이닝을 책임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리오는 이 감독의 기대를 저버렸다.
마리오는 1회와 2회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하며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1회 1사 후 1루수 모창민의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하긴 했지만, 정형식의 도루를 포수 조인성이 저지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1루로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면서 두 달 전 경기의 악몽이 떠오를 만도 했지만, 실책 후 위기를 잘 넘겼다.
사실상 이때부터 끝난 게임이었다. 정형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긴 했지만, 이승엽과 박석민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그리고 만난 최형우, 정규시즌에서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최형우에게 볼카운트 2B1S에서 바깥쪽으로 체인지업을 던지다 만루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미 3회 흔들리기 시작할 때부터 마리오의 체인지업은 밋밋해져 있었다. 체인지업이나 포크볼 등의 공은 변화가 없을 땐 타자에게 최고의 먹이감이 된다. 마리오의 체인지업도 마치 느린 직구처럼 편안하게 들어갔다. 브레이킹이 전혀 걸리지 않았다.
마리오의 기록은 2⅔이닝 6실점. 최악투였다. 계속되는 타선 침체 속에 믿었던 마리오까지 무너지면서 이만수 감독의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