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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3달 만에 찾은 대구, 마리오에겐 악몽이었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10-25 21:24



SK 마리오에게 대구구장은 악몽 같은 곳이다. 무릎 부상을 도지게 만든, 그리고 정확히 두 달 동안 등판하지 못하게 만든 곳이다. 지난 7월25일 대구 삼성전. 선발등판한 마리오는 1회말 무사 1,2루서 나온 이승엽의 1루수 앞 땅볼 때 베이스커버를 위해 1루로 향했다. 오른발로 베이스를 밟은 마리오는 공을 받는 과정에서 왼 무릎에 체중을 싣다 통증을 느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무릎이었다. 이미 6월23일 광주 KIA전에서 투구 도중 중심을 잃어 왼 무릎이 뒤틀리는 부상을 입었다. 한 달 가까이 재활한 뒤 이날이 두번째 등판이었다. 당시 마리오는 글러브를 내팽개칠 정도로 분을 이기지 못했다.

마리오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등판했다. 부상을 입은 그 날 이후 정확히 석 달 만에 다시 대구구장 마운드에 선 것이다.

플레이오프 4차전 때 마리오는 무릎 상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역투를 펼쳤다.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경기 전 SK 이만수 감독은 "오늘 대기하는 투수가 많지만, 마리오가 지난 등판처럼만 해주면 좋겠다. 마리오가 긴 이닝을 책임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리오는 이 감독의 기대를 저버렸다.

마리오는 1회와 2회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하며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1회 1사 후 1루수 모창민의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하긴 했지만, 정형식의 도루를 포수 조인성이 저지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1루로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면서 두 달 전 경기의 악몽이 떠오를 만도 했지만, 실책 후 위기를 잘 넘겼다.

하지만 3회 들어 급격히 변화구의 볼끝이 무뎌졌다. 제구도 안 좋았다. 선두타자 조동찬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안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진갑용에겐 페이크번트 앤 슬래시 작전에 당해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김상수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3루. 마리오는 배영섭에게 한복판으로 직구를 던지다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사실상 이때부터 끝난 게임이었다. 정형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긴 했지만, 이승엽과 박석민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그리고 만난 최형우, 정규시즌에서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최형우에게 볼카운트 2B1S에서 바깥쪽으로 체인지업을 던지다 만루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미 3회 흔들리기 시작할 때부터 마리오의 체인지업은 밋밋해져 있었다. 체인지업이나 포크볼 등의 공은 변화가 없을 땐 타자에게 최고의 먹이감이 된다. 마리오의 체인지업도 마치 느린 직구처럼 편안하게 들어갔다. 브레이킹이 전혀 걸리지 않았다.


마리오의 기록은 2⅔이닝 6실점. 최악투였다. 계속되는 타선 침체 속에 믿었던 마리오까지 무너지면서 이만수 감독의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프로야구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가 25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최형우가 3회말 2사 만루, 만루 홈런을 날리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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