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게 됐다. 서로가 지긋지긋한 숙적들. 그만큼 구원도 많고, 갚아줄 것도 많다. 어느 쪽이 유리할까. 이 자리에서 만큼은 삼성과 SK 담당 기자들이 이성 보다 감성으로 팬들의 뜨거운 가슴을 대변한다. 상대편 입장에서 듣는다면 약오르고 화나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도 없다. 철저히 감성적인 편파 예상평이다. <편집자주>
삼성은 내심 롯데가 올라오기를 기대했다. 롯데가 상대하기에 더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또 SK다. 지난 2년 동안 SK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퉜다. 2010년 4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지난해 4승1패로 뒤갚아주었다. 삼성팬들에게 SK와 3년 연속으로 맞대결하게 된 건 좀 아쉽다. 하지만 실망하지 마시라. SK는 롯데와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면서 힘이 빠진 채 한국시리즈에 올라왔다. 반면 삼성은 6일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이후 보름 이상 충분한 휴식과 체계적인 훈련을 해왔다. SK는 평소 전력으로 붙어도 삼성에 버겁다. 하물며 SK는 힘이 빠졌고, 삼성은 원기충만해 있다. SK팬 입장에선 불공평한 싸움이지만 어쩔 수 없다.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 프리미엄에다 반사이익까지 보게 됐다.
이런 SK가 과연 '가을 DNA'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2000년대 후반 국내야구를 평점했던 그 '야구 머신'들과는 거리가 있다. SK가 PO 5차전에서 롯데에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그 분위기를 한국시리즈까지 가져올 기세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과 체계적인 훈련으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삼성은 롯데와는 차원이 다른 팀이다.
삼성은 이미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투타 최강의 실력을 입증해보였다. SK와의 상대전적에서 9승10패로 근소하게 밀렸다. 하지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삼성은 시즌 팀 평균자책점(3.39>3.82)과 팀 타율(0.272>0.258)에서 SK를 압도했다. 최강 우등생 삼성은 좋은 내신성적(페넌트레이스) 을 수능격인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삼성은 올해 자타공인 최강팀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하나만 생각해보자. 삼성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강한가.
팀 전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세밀하게 고려해봤을 때 삼성이 넘어설 수 없는 요소는 딱 하나밖에 없다. 마무리 오승환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에게 가장 부담을 주었던 요소이기도 하다.
타선은 짜임새가 있다. 하지만 강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테이블세터진, 클린업 트리오, 하위타선 등이 모두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타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삼성 전력의 원천은 역시 강한 투수력이다.
삼성의 선발진은 풍부하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의 선발진은 가장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약점이 생긴다. 1승을 확실히 책임질 에이스는 없다. 1선발 없이 2,3선발들만 많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이런 고민을 직, 간접적으로 얘기해왔다.
삼성의 가장 강력한 요소인 마무리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당연히 앞서야 투입될 수 있다. 선발과 마무리를 이을 중간계투진은 공략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이 절대강자라 평가한다. 하지만 위의 요소들을 고려해보면 삼성이 넘을 수 없는 산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삼성의 올시즌은 평탄했다. 페넌레이스 초반 약간의 위기가 있었지만, 마치 물 흐르듯 1위가 됐다.
단기전에서는 어쨌든 승부처가 온다. SK는 6년 동안 수많은 위기를 몸으로 겪고, 극복하며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SK가 PO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마운드는 매우 무난하게 경기를 치렀다. 단기전이 마운드 싸움임을 감안하면 삼성과 SK는 거의 동등한 위치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도 9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SK는 삼성에게 1승4패로 졌지만 경기 내용은 항상 접전이었다. 이번엔 체력이 뒷받침됐다. 결코 삼성이 여유있게 4승을 먼저 가져간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