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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S 투고타저 현상 그래서 재미없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10-22 09:37 | 최종수정 2012-10-22 09:37


올해 포스트시즌서도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지고 있다.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4경기 타율은 2할2푼8리, 평균자책점은 2.25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지난 2001년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은 역대 포스트시즌 경기중 가장 뜨거운 타격전으로 펼쳐졌다. 타격전이라기 보다는 난타전이었다. 당시 0-2로 뒤지던 삼성이 2회초 8득점을 올리자 홈팀 두산은 3-8로 뒤진 3회말 12득점을 따내며 전세를 뒤집었다. 결국 경기는 두산의 18대11, 대승으로 끝났다.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득점(29), 팀 한 경기 최다득점(18), 팀 한 이닝 최다득점(12), 한 경기 최다안타(34개) 등의 진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포스트시즌서 이런 경기를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당시 삼성과 두산의 경기를 지금 돌아보면 그리움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요즘은 투수전이 대세가 돼 버렸다는 의미다.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는 치열한 공방 끝에 5차전까지 이어졌다. 4차전까지 매경기 치열한 접전 양상이었다. 1점차 승부가 3번, 3점차가 1번이었다. 모든 경기가 투수전이었다. 4경기서 롯데는 11득점, SK는 9득점을 올렸다. 두 팀 모두 게임당 3점을 채 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들어 두 팀의 합계 타율은 2할2푼8리, 평균자책점은 2.25다. 올해 정규시즌을 지배했던 투고타저 현상이 포스트시즌 들어 심화됐다. 정규시즌 전체 타율은 2할5푼8리, 평균자책점은 3.82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과 롯데의 합계 타율이 2할7푼, 평균자책점은 3.11이었다.

보통 포스트시즌서는 투고타저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그것은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비롯해 마운드 중심으로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SK와 롯데는 마운드가 탄탄한 편이다. 특히 불펜진들의 면면을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안정감을 준다. 플레이오프 들어서 몇몇 투수들이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지만, 한꺼번에 집중타를 허용하며 무너진 투수는 아직 없다.

여기에 롯데와 SK 타자들의 타격감을 살펴보면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SK의 경우 지난 20일 4차전서 4타수 4안타를 친 정근우와 최 정 등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컨디션이 바닥 수준이다. 롯데는 손아섭 김주찬 전준우 등을 빼면 타격감이 정상이 아니다. 더구나 롯데는 조성환의 발목 상태가 좋지 않고, 선발 1루수 박종윤은 13타수 1안타로 여전히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도 타격감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발과 불펜에 걸쳐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삼성 투수들을 상대로 플레이오프 혈투를 마친 직후 힘있는 타격을 하기는 힘들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4차전 패배후 "5차전서는 3점을 올리면 승산이 있다"고 했다. SK 이만수 감독은 "5차전은 김광현이 선발이기 때문에 4차전보다 더욱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다시 투수전을 예고했다. 두 사령탑 모두 1~2점 승부에 초점을 맞춰 필승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포스트시즌도 투고타저 현상이 심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14경기에서는 총 74득점이 나와 게임당 평균 5.29득점이 기록됐다. 한 경기서 팀당 3점을 뽑아내지 못한 것은 올해나 지난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을 단순히 득점, 안타수같은 숫자를 떠나 물고 물리는 경기 내용을 중심으로 지켜보면 혈전, 명승부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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