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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한국시리즈 예고, 삼성은 웃고 KBO는 울상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10-21 17:48


4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SK의 경기에서 삼성이 SK에 4대2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후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자축하며 팬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는 삼성 선수들. 류중일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10.4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다고 했다. 단 어느 팀이 올라오든 힘을 많이 빼고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삼성의 희망 시나리오 대로 판이 만들어졌다.

페넌트레이스 4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롯데가 준플레이오프(PO)에서 3위 두산과 혈투 끝에 3승1패로 승리했다. 두 번 연장전을 치른 롯데는 PO에서 2위 SK와 마지막 5차전까지 왔다. 롯데는 22일 5차전을 치르고 나면 포스트시즌에서만 이미 9경기를 하게 된다.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더라도 이미 출혈이 심하다. 불펜의 핵 정대현은 왼무릎이 좋지 않다. 선발 사도스키는 팔이 아파 PO엔트리에서 빠졌다. 내야수 조성환도 발목 부상으로 선발이 아닌 대타로 출전하고 있다.

SK 역시 좋은 상황이 아니다. 그들은 지금 한국시리즈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마지막 5차전에 올인해야 한다. 이미 불펜의 중심 박희수 정우람이 너무 많이 던졌다. 둘은 PO 3경기에 출전, 어깨에 피로가 쌓였다. 박희수는 PO 2차전에서 조성환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정우람은 PO 2차전에서 정 훈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4차전에서 홍성흔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삼성은 표정관리를 하며 유리한 싸움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일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이후 보름 이상 휴식과 짜여진 훈련을 해왔다.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그걸 대비해 자체 청백전 등을 해왔다. 주야간 훈련, 상황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마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삼성 투수와 타자들은 체력적으로 싱싱하다.

아직 한국시리즈 본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삼성만 좋아졌다는 전망이 다수를 이룬다.

삼성은 객관적인 투타 전력에서 SK, 롯데 두 팀 보다 앞선다. SK와 롯데 중 누구든 PO를 빨리 마치고 충분히 휴식을 한 후 붙어도 삼성은 버거운 상대였다. 그런데 SK와 롯데는 서로 물고물려 깊은 상처를 냈다. 만신창이가 된 채 23일 하루를 쉬고 바로 24일 부터 한국시리즈를 시작해야 한다.

이쯤 되면 한국시리즈가 길게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자 웃는 삼성과 대비해 왠지 섭섭해진 쪽이 있다. 포스트시즌을 주최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심 한국시리즈가 길게 갔으면 한다. 경기를 더해 입장수입이 늘어난다고 해서 KBO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일은 없다. 수입의 대부분이 성적에 따라 구단으로 배분된다.


그보다 KBO는 한국시리즈가 싱겁게 끝날 경우 1년 내내 이어진 야구에 대한 폭발적 관심이 클라이맥스에 가서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플레이오프가 혈전을 치르는 것 자체야 KBO로서도 반가운 일이지만 그로 인해 한국시리즈가 뻔해진다면 괴로운 일이다. 포스트시즌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한국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삼성 쪽으로 확 기울 경우 소비자(야구팬)들은 콘텐츠(경기)에 큰 흥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치고 받아서 모두의 예상이 깨져야 야구에 대한 관심이 계속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벌써부터 '뻔한' 한국시리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PO가 최종 5차전까지 갔다. 만신창이가 돼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팀들은 느긋하게 기다린 페넌트레이스 우승팀들에게 무기력하게 깨졌다. SK는 2008년과 2010년 페넌트레이스 우승 이후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각각 두산과 삼성을 4승1패, 4승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삼성은 롯데를 어렵게 꺾고 올라온 SK를 4승1패로 무너트렸다.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만 1위 KIA가 SK와 마지막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승3패로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야구 모른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롯데나 SK가 올라가서 삼성과 최종 7차전까지 피튀기는 혈전을 벌일 경우 오히려 전에없던 초대박이 나올 수도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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