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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조성환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시쳇말로 '멘탈붕괴' 상태였다.
조성환의 타격을 놓치지 않았다
조성환이 준플레이오프에서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것은 맞다. 하지만 컨디션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1차전 수비실책은 할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방망이는 매섭게 돌았다. 2차전 병살타도 타구의 질은 좋았다. 출발부터 꼬이면서 심리적으로 급해졌다. 3차전 3루 리터치 실수 역시 역설적으로 보면 3루에 나갔기 때문에 한 실수였다.
사실 조성환에게는 최악이었다. 멘탈과 함께 몸상태까지 좋지 못했다. 게다가 플레이오프 1차전은 뼈아팠다. 1대2로 석패. 롯데의 실책으로 이기지 못한 경기였다.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다. 롯데로서는 라인업의 충격적인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다. 그 대상이 조성환이었다. 2차전에서 박준서가 2루수 스타팅 멤버로 들어갔다.
그러나 끝까지 양 감독은 조성환의 타격에 대해서는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백업이 약한 롯데로서는 마땅한 대타 자원도 없는 상태였다.
지옥과 천당의 갈림길
경기 전 양 감독은 "조성환을 대타로 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 내세울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2차전 7회는 플레이오프 최대의 승부처였다. 2차전까지 내준다면 롯데로서는 완전히 벼랑끝에 서는 셈.
3-4로 뒤진 1사 1, 2루. 박준서의 타격 차례. 그도 나쁜 컨디션이 아니었다. 5회 좌익선상 2루타를 터뜨렸다. 그러나 양 감독은 그대로 조성환을 내보냈다. 더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극적인 성공이었다. 조성환은 SK 철벽계투 박희수의 4구째를 받아쳐 깨끗한 중전적시타를 터뜨렸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천금같은 안타였다.
도박과도 같은 승부수였다. 위축될대로 위축된 조성환을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용한다는 것 자체가 반전이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했다. 일단 바닥까지 떨어진 조성환이 심리적으로 더 떨어질 데가 없다고 판단했다. 조성환으로서는 '못 치면 본전, 잘 치면 대박'이었다. 그의 타격 컨디션도 괜찮았다. 또 하나, 그는 그래도 베테랑이다. 승부처에서 어떻게 투수를 공략해야 하는 지를 알고 있는 선수였다. 게다가 조성환의 분발이 없는 상황에서 SK를 이길 가능성은 어차피 많지 않다고 봤다.
결국 양 감독의 도박은 성공했다.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그의 '무한신뢰'가 얻어낸 달콤한 결과물이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