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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호의 이번 포스트시즌은 나쁘지 않았다. 오른 검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주전유격수 손시헌을 대신해 수비에서 결점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수비 뿐만이 아니었다. 공격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9번타자로 나서면서 상위 타선으로 찬스를 이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 2득점. 두 차례나 득점에 성공할 정도로 공격의 첨병 역할까지 했다.
좋아지려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회엔 수비에서도 실수를 범했다. 1사 후 황재균 용덕한 문규현의 연속안타로 동점이 되고 다시 1,2루 위기. 김재호는 김주찬의 유격수 앞 땅볼을 잡아내지 못하면서 만루를 허용했다.
타구는 다소 느리게 왔다. 바운드를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주자들을 잡기 위해서, 그게 아니라도 발 빠른 김주찬을 잡기 위해선 빨리 잡아야 했다. 쇄도하던 김재호는 바운드를 맞추지 못했고, 공은 글러브에 맞고 튕기고 말았다. 실점은 없었지만, 만루 허용. 노경은은 이 실책으로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사실 이 두 장면을 제외하고 김재호의 수비는 매끄러웠다. 실책 후에도 곧바로 조성환을 병살타로 잡아내기도 했다. 경기 후 김재호는 침통한 표정이었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김재호는 "내가 너무 욕심을 냈다. 빨리 처리하기 위해 최대한 앞에서 잡아내려 했는데 그게 욕심이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껏 김재호가 공수에서 손시헌의 공백을 메워준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비난할 수 없는 플레이다. 하지만 가을야구는 찰나의 순간에 승패가 결정난다. 손시헌과 함께 뛰는 마음으로 손시헌의 방망이까지 쓰고 있는 김재호, 실수를 훌훌 털어내고 3차전부터 공포의 9번타자로 비상할 수 있을까.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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