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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이런 모습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이게 바로 팬들이 바라던 모습이야...","시즌 잔여경기가 20경기라도 더 남았으면..." 이런 아쉬움의 가정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만한 팀이 있다. 바로 KIA 타이거즈이다. 시즌 개막 직전만 하더라도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유력한 2강 후보로 꼽혔던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내내 단 한 차례도 베스트 멤버를 풀가동한 적이 없었다. 공격 부문에서는 팀의 중심타선을 이끌어줘야 할 LCK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이 시즌 내내 부상을 몸에 달고 다니면서 팀 전력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하였다. 특히 스토브리그 동안 팀 이탈로 파문을 일으켰던 최희섭은 일반인도 쉽게 걸리지 않는 각종 질환을 몸에 달고 다니면서 멘탈이 전혀 개선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3연승을 거두는 동안 단 3명의 투수만이 등판했다는 점이다. 9월 23일 일요일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35세의 선발투수 서재응이 자신의 프로무대 첫 완봉승을 거두었다. 올 시즌들어 체중 감량에 성공한 서재응은 특유의 제구력이 더욱 경쾌하게 잘 조절되고 있다. 팀내 젊은 주축 투수들이 정신을 좀처럼 차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재응의 투혼은 귀감이 될 만하다.
9월 25일 대구구장 경기에서는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한 '풍운아' 김진우가 130개의 공을 던지면서 무려 6년여 만에 완투숭을 거두었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한층 진지해진 김진우는 올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회복하고 있다. 날카로운 커브와 묵직한 직구의 위력은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
윤석민은 2사 후 박석민에게 다시 안타를 허용했지만 더 이상 진루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완봉승을 거둔다. 바로 앞선 두 경기에서 선배들이 보여준 투혼이 그대로 윤석민에게 이식된 듯한 모습이었다. 타이거즈는 3연승을 거두는 동안 단 3명의 투수를 투입하였다. 타이거즈의 진정한 경쟁력이 시즌 막판이 되서야 발휘된 것이다.
선발투수들의 압도적인 경쟁력이 한 달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후반기 시작 당시만 하더라도 상승세의 타이거즈가 머지 않아 상위권 경쟁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였는데, 5할에 도달한 이후 타이거즈는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였다. 후반기 들어 관중이 감소한 요인 중에는 전국구 인기구단 타이거즈의 성적 하락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리그 전체의 경기력 수준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 나오는 가운데, 타이거즈의 토종 선발 3인방 서재응, 김진우, 윤석민은 명품 투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당장 내년 WBC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수준의 투구내용이었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선동열 감독은 팀 체질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보다는 내년 시즌이 기대되는 타이거즈이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