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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의 선발 연착륙을 위해 두 가지 과제가 떠올랐다.
김 감독대행은 "이전까진 볼 개수가 많았다. 그날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으니까 투구수 관리도 되지 않나"라며 "그동안 힘으로만 던지려 했다. 그래서 볼넷이나 몸에 맞는 볼이 많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날은 정말 싸움닭 같이 던지더라. 오늘 LG가 좌타자를 많이 냈는데 선발로 던지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부분이다. 오늘만 넘어가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LG는 이날 라인업에 왼손타자 7명을 배치했다. 4번타자 정성훈과 포수 조윤준을 제외하곤 전부 좌타자였다. 잠수함 투수인 김병현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아무래도 우타자에 비해 언더핸드스로 투수의 공을 오래 볼 수 있다. 스윙 궤적 역시 잘 맞아 떨어진다.
김병현은 1회말 선두타자 오지환과 7구 승부 끝에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오지환에게 도루를 허용한 뒤 1사 3루를 허용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안타보다 뼈아팠던 건 바로 도루였다. 1회 오지환에게 쉽게 2루를 내줬듯, 2회에도 이대형의 빠른 발에 당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2사 후 이대형을 중전안타로 출루시킨 뒤 2루와 3루 도루를 연거푸 허용했다. 3회에는 1사 1,2루 위기에서 상대가 더블스틸을 실패해 실점하지 않았다.
그만큼 LG 타자들에게 김병현은 쉬운 상대였다. 일단 출루만 했다 하면 냅다 뛰었다. 투구 동작은 느리기 그지 없었다. 김병현이 킥을 시작할 때 이미 주자는 스타트를 끊은 상태. 퀵모션(슬라이드스텝)에 대한 숙제를 보여줬다.
5회 첫 실점 상황 역시 도루에서 나왔다. 2사 1루서 1루주자 서동욱에게 또다시 2루 도루를 허용했고, 이진영의 중전안타가 나오며 뼈아픈 선취점을 내줬다. 도루만 없었다면, 실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대형은 6회 1사 2,3루에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린 뒤 또다시 도루에 성공했다. 김병현-허도환 배터리는 이대형의 발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이미 2루에 공이 도달했을 땐 이대형이 슬라이딩 후 일어선 뒤였다.
김병현은 이날 6이닝 동안 총 109개의 공을 던졌다. 4안타 5볼넷으로 3실점했고, 삼진은 3개를 잡아냈다. 0-3으로 뒤진 채 마운드에 내려가며 패전 위기에 몰렸다.
직구 최고구속은 143㎞였고 슬라이더와 싱커 등 주무기의 위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 4개를 모두 좌타자에게 맞고, 상대의 도루를 무방비로 허용한 부분은 선발로 던지기 위해선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으로 떠올랐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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