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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게 홈런이 '로망'이라면 투수에겐 삼진이 '꽃'이다.
삼진의 위력은 비단 한 타자만을 잡는 것만은 아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주 이런 말을 한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꼭 삼진을 당하면 득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삼진을 잡은 쪽은 분위기 살고, 그 상대팀은 심리적으로 쫓기게 되는 것이다.
2005년 이후 이번 시즌 7년 만에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삼성의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11승8패)는 2005년 탈삼진왕(147개) 출신이다. 그는 당시 최고 구속 150㎞에 달하는 빠르고 묵직한 직구와 130㎞ 후반대의 예리한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배영수는 당시만 해도 삼진을 마음만 먹으면 잡았을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맞춰잡는 스타일의 투수는 삼진 자체가 힘들다. 배영수는 2006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이후 후유증으로 2009년부터 3년 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그래서 그는 투구 스타일에 변화를 줘 봤다. 공격적인 피칭 보다 타자를 맞춰잡는 투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배영수는 그런 변화가 실패작이었다고 평가했다. 정교한 제구력을 갖추지 못한 맞춰잡는 투구로는 시즌 10승을 할 수가 없었다.
배영수는 이제는 삼진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했다. 그에겐 그것 보다 더 짜릿한 게 있기 때문이다. 투수는 타구의 방향을 계산하고 던지는 공이 있다. '이 코스에 이 구질의 공을 던지면 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던지는 식이다. 그는 "요즘은 삼진 보다 타자를 생각한 대로 범타로 잡을 때 더 기분이 좋다"면서 "이제는 긴 이닝을 던지고 싶은 욕심이 많다. 공 3개로 삼진 잡는 것 보다 공 1개 던져서 범타로 잡으면 투구수 조절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이번 시즌 두 차례 완투했다. 지난달 7일 SK전(1대2)에서 8이닝 2실점으로 완투패했다. 26일 KIA전(0대3)에서도 윤석민(9이닝 완봉승)과 팽팽한 투수전 끝에 9이닝 3실점으로 완투패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탈삼진 부문 선두는 디트로이트 우완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32경기에서 231K, 26일 현재)이다. 지난해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받았던 그는 이미 2009년과 지난해 두 번 탈삼진왕에 올랐다. 이번 시즌 일본야구 탈삼진(양대 리그) 선두는 요미우리 스기우치(23경기에서 167K)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