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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맞붙지 않은 이만수 감독 "김기태 감독 사정이 있겠지."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09-25 18:20


SK 이만수 감독과 LG 김기태 감독의 불화가 유야무야가 되는 모습이다. 24∼25일 인천 2연전서 김 감독이 이 감독을 찾아가지 않음으로써 다시 한번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25일 문학구장은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평온했다.

지난 12일 LG 김기태 감독이 9회말 2사 2루서 박용택 대신 신인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우고 경기를 포기하면서 시작된 두 감독의 불화는 김 감독의 공세를 이 감독이 받아주지 않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김 감독은 경기 다음날인 13일 "이 감독의 투수 교체가 우리를 기만하는 것 같았다"며 노골적으로 이 감독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또 "이게 어제 일만으로 생긴 것은 아닌 것을 본다"는 말로 이 감독에게 예전부터 불만이 쌓였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이 감독은 "나의 투수 교체는 정상적이었다"며 김 감독의 의혹을 일축하면서도 "LG와 껄끄러울 것은 없다. 난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김 감독과도 인사하면서 지낼 것"이라고 했다. 그 사건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내겠다는 뜻이 강했다.

화해의 제스처도 이 감독이 먼저 했다. 지난 15일 KIA 선동열 감독과 넥센 김시진 전 감독의 중재로 이 감독이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서로 미안함을 말했다. 이 감독은 전화를 먼저 건 것에 대해 "이런 일에서 후배가 먼저 전화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내가 먼저했다"고 말했다.

24일 인천 경기서도 이 감독은 "김 감독이 인사오면 평상시처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는 평소보다 더 오래 덕아웃에 머물며 후배의 방문을 기다렸다. 그러나 김 감독은 SK 덕아웃으로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인사를 할 계획이 없음을 취재진에게 알렸다. 화해모드가 다시 긴장모드로 돌아섰다. 화해의 마지막인 악수를 하지 않은 김 감독으로선 선배 감독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의 이 감독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해석과 감독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감독이 팬들의 비난까지 감수하고 상대 감독을 비난했는데 이후 1경기도 치르지 않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은 자신의 결단이 초보감독의 치기로 오인될 수 있고, 선수단에게는 '속없는 감독'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 11년차의 큰 선후배 사이지만 감독 대 감독으로서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김 감독의 강한 모습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는지 LG는 4연승 중이던 SK를 5대3으로 눌렀다.

상대 감독의 공격을 '참을 인(忍)'으로 버텼던 이 감독은 끝까지 마주보지 않고 다른 곳을 봤다. 이 감독은 25일 경기전 김 감독이 찾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김 감독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지 않겠냐"고 말한 뒤 "나에게 중요한 것은 2위 싸움이다"라며 김 감독과의 일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김 감독은 이날 평상시와 다름없이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고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LG와 SK의 마지막 경기는 오는 10월 3일 잠실에서 열린다. 현재의 상황을 볼 땐 그날도 아무일도 없었던 듯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둘은 찜찜한 마음을 가슴에 담고 내년시즌에 다시 만날 것으로 보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25일 인천구장에서 열리는 2012 프로야구 LG와 SK의 경기를 앞두고 SK 이만수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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