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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 등록선수는 530명(2월 공시기준)이고, 9월 24일 현재 1군 무대를 밟은 선수는 396명이다. 야구인들은 프로야구 1군에서 주전이 되는 게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참가자는 총 675명이었는데, 이 중 95명(14%)이 9개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았다. 물론, 프로선수가 됐다고 해도 1군 선수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다. 매년 선수가 쏟아지지만 1경기라도 1군 무대를 경험하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더구나 주전을 차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을 해야하는 게 프로선수의 숙명이다.
요즘 투수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주자가 서건창이다. 주로 1번 타자로 출전해온 서건창은 끊이없이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의 투구 리듬을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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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창은 7월 20일자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목표했던 것 보다 훨씬 잘하고 있구나라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제 두 달이 흘러 시즌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 서건창은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해 두고 있다.
시즌 초반과 119경기에 출전한 시즌 막판과 가장 큰 차이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 서건창은 "그라운드에 나서면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사실 올시즌 신인왕 후보 중 서건창 외에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또 최근 몇 년 간 2006년의 류현진(18승6패 평균자책점 2.23)같은 강력한 신인선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건창은 마땅한 신인선수가 없어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다고 했다. 서건창은 "종종 그런 소리를 접하곤 하는데 들을 때마다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인 선수가 첫 해부터 맹활약을 하기에는 우리 야구 수준이 높아져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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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프로 첫 시즌인 올해 고마운 사람 둘이 있다. 우선 얼마전 경질된 김시진 전 감독과 선배 강정호(25)다. 서건창은 "내가 생각해도 초반 별다른 활약이 없었는데도 감독님이 꾸준히 출전 기회를 주셨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23세인 서건창은 이미 병역의무를 마쳤으나 아직 선수단 내에서 막내급이다.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베테랑보다 비슷한 연차의 선배가 마음이 편할 수밖에 없다. 광주일고 선배인 강정호(25)가 이것저것 잘 챙겨준단다. 서건창은 "풀타임 경험이 있는 정호형이 내가 잘 모르는 투수가 나올 때마다 구질이며, 특성을 알려준다. 올 한 해 마음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올시즌 기록을 살펴보니 눈에 띄는 게 홈런이다. 히어로즈의 주전 선수 중 홈런이 없는 건 서건창이 유일하다. 서건창은 홈런을 쳐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출루율을 높이고 주자로 나가 득점 찬스를 만들어야 하는 테이블 세터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했다.
홈런이 없는 대신 눈에 띄는 게 3루타다. 올시즌 10개의 3루타를 터트려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뛰어난 타격 센스와 빠른 발이 만들어 낸 3루타다. 서건창은 "홈런은 없어도 대신 3루타를 많이 때린 걸로 만족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로 팀에 기여하고 인정을 받고 싶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