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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득점공헌도가 MVP 경쟁자들의 승부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4할 타율에 도전했던 김태균이 주춤한 사이, 홈런-타점 타이틀 석권을 노리는 박병호가 치고 올라왔다.
사실 김태균은 9월 들어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꿈의 4할 타율 달성이 힘겹게 됐다. 23일 현재 김태균의 타율은 3할7푼4리. 타격왕 타이틀은 쉽게 가져갈 것으로 보이지만, 프로 원년 백인천 이후 두 번째 4할 타율이 기대됐기에 시즌 막판 부진이 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특유의 몰아치기도 사라졌다. 지난달 31일 이후 16일 넥센전까지 보름간 멀티히트를 때려내지 못했다. 9월 월간 타율은 고작 2할5푼9리. 잠시 슬럼프에 시달렸던 6월(2할8푼3리) 이후 두번째로 안 좋은 기록이다. 그래도 다시 멀티히트를 기록하기 시작한 16일 이후 최근 5경기서 16타수 7안타로 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박병호가 치고 올라오면서 득점공헌도 부문이 MVP 경쟁자들의 맞대결로 발전했다. 올시즌은 유독 MVP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위 4팀에서 타이틀을 확실히 가져갈 만한 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타자는 홈런과 타점 혹은 수위타자, 투수는 다승과 평균자책점 등의 타이틀이 있어야 MVP를 차지하기 마련. 김태균과 박병호는 이런 면에서 타자 쪽에서 유력한 MVP 후보다.
비록 팀 성적이 각각 최하위와 5위로 처져있지만, 둘의 활약은 눈부시다. 23일 현재 김태균은 타율 1위-출루율 1위(4할7푼6리)에 올라 있고, 최다안타에서도 1위 손아섭에 1개 부족한 공동 2위(145개)다.
반면 박병호는 보다 무게감 있는 타이틀 획득이 기대된다. 23일까지 30홈런-100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1위. 물오른 장타력으로 장타율(5할6푼7리)에서도 김태균(5할5푼4리)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기세라면 홈런-타점 부문 공동 석권은 무난해 보인다. 홈런은 2위 SK 최 정과 6개차. 타점은 삼성 박석민에 12개 앞서 있다.
지금껏 홈런 타이틀 없이 MVP를 차지한 타자는 단 2명. 87년 삼성 장효조(타율·출루율 1위)와 94년 해태 이종범(타율·안타·득점·도루·장타율 1위) 뿐이다. 김태균이 4할 타율을 달성했다면 MVP에 한층 가까워졌겠지만, 박병호의 막판 스퍼트가 혼전 양상을 만들었다. 타자 득점공헌도가 MVP 경쟁의 장이 된 모습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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