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K, 스몰볼의 진수란 이런 것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09-23 19:32


7회 1사 2루서 임 훈이 적시타를 터뜨리자 SK 이만수 감독이 덕아웃을 뛰쳐나와 한호를 하며 헐크 액션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야구에는 '스몰볼(small ball)'과 '롱볼(long ball)'이라는 말이 있다.

스몰볼은 다양한 작전과 기동력, 팀배팅 등 세밀한 야구를 말하며, 롱볼은 홈런 등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야구를 의미한다. 동시에 두 단어는 해당 팀의 컬러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시즌 막판 2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SK는 올시즌 스몰볼과 롱볼을 모두 구사하는 팀컬러를 보여왔다. 22일까지 SK는 8개팀중 가장 많은 98개의 홈런을 때렸고, 희생타는 107개로 KIA 다음으로 많았다. 그만큼 전력이 탄탄하다는 의미가 된다. 비록 마운드가 들쭉날쭉했지만, 기복없는 타선으로 승률 5할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최근에는 스몰볼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3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SK는 스몰볼의 진수를 보여줬다. 두산을 3대1로 꺾는 과정에서 SK는 희생번트를 활용해 점수를 모두 뽑아냈다. 마운드가 안정적이고 수비가 탄탄한 두산의 전력을 감안하면 어차피 1~2점차 승부라고 봤을 때 희생번트 작전은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1회 선두 정근우가 3루수쪽으로 내야안타를 치고 수비 실책을 틈타 2루까지 진루하며 첫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조동화가 투수쪽으로 착실하게 번트를 성공시켜 1사 3루로 찬스를 이어갔다. 최 정의 사구에 이어 이호준 타석때 위기를 의식한 두산 선발 니퍼트가 제구력 불안을 드러내며 폭투를 범하자 정근우가 첫 득점을 올렸다. 조동화의 희생번트가 없었다면 득점을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

1-1 동점이던 6회에도 SK는 번트 작전을 감행했다. 선두 박진만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정근우가 투수 앞으로 번트를 대 주자를 2루까지 보냈다. 이어 조동화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으니 타이밍도 더이상 좋을 수 없었다. 7회에는 선두 박정권이 우전안타로 세 번째 찬스를 만들자 김강민의 투수앞 희생번트와 임 훈의 중전적시타로 1점을 보탰다.

SK 스몰볼의 또다른 한 축은 안정된 수비다. 이날 경기전 이 감독은 최근 연승 행진의 비결에 대해 "수비가 안정돼 있는 것이 크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SK는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이날까지 팀실책수 56개는 8개팀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다. 또 위기에서 나온 세 차례의 더블플레이가 흐름을 두산에 넘겨주지 않은 원동력이 됐다.

선발 송은범은 1-0으로 앞선 4회말 1사 3루서 이원석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위기가 이어질 수도 있던 상황. 그러나 송은범은 오재원을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처리하며 불을 껐다. 2루수 정근우의 빠른 타구 처리가 돋보였다. 6회에는 무사 1루서 김현수를 1루수-유격수-투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제압했다. 1루수 박정권이 강습타구를 안정적으로 잡아 2루로 던졌고, 송은범이 재빨리 1루 커버를 들어가 타자주자를 여유있게 잡아냈다. 7회에는 무사 1루서 이원석의 강습타구를 유격수 박진만이 잡아 2루를 밟고, 1루로 던져 역시 더블플레이를 성공시켰다.

'가을 잔치' 단골 손님 SK는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8개팀중 유일하게 최근 6년 연속 4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SK는 그 힘이 스몰볼에서 비롯됐음을 이날 두산전서 확실하게 보여줬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