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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야구에는 '스몰볼(small ball)'과 '롱볼(long ball)'이라는 말이 있다.
23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SK는 스몰볼의 진수를 보여줬다. 두산을 3대1로 꺾는 과정에서 SK는 희생번트를 활용해 점수를 모두 뽑아냈다. 마운드가 안정적이고 수비가 탄탄한 두산의 전력을 감안하면 어차피 1~2점차 승부라고 봤을 때 희생번트 작전은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1회 선두 정근우가 3루수쪽으로 내야안타를 치고 수비 실책을 틈타 2루까지 진루하며 첫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조동화가 투수쪽으로 착실하게 번트를 성공시켜 1사 3루로 찬스를 이어갔다. 최 정의 사구에 이어 이호준 타석때 위기를 의식한 두산 선발 니퍼트가 제구력 불안을 드러내며 폭투를 범하자 정근우가 첫 득점을 올렸다. 조동화의 희생번트가 없었다면 득점을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
SK 스몰볼의 또다른 한 축은 안정된 수비다. 이날 경기전 이 감독은 최근 연승 행진의 비결에 대해 "수비가 안정돼 있는 것이 크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SK는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이날까지 팀실책수 56개는 8개팀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다. 또 위기에서 나온 세 차례의 더블플레이가 흐름을 두산에 넘겨주지 않은 원동력이 됐다.
선발 송은범은 1-0으로 앞선 4회말 1사 3루서 이원석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위기가 이어질 수도 있던 상황. 그러나 송은범은 오재원을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처리하며 불을 껐다. 2루수 정근우의 빠른 타구 처리가 돋보였다. 6회에는 무사 1루서 김현수를 1루수-유격수-투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제압했다. 1루수 박정권이 강습타구를 안정적으로 잡아 2루로 던졌고, 송은범이 재빨리 1루 커버를 들어가 타자주자를 여유있게 잡아냈다. 7회에는 무사 1루서 이원석의 강습타구를 유격수 박진만이 잡아 2루를 밟고, 1루로 던져 역시 더블플레이를 성공시켰다.
'가을 잔치' 단골 손님 SK는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8개팀중 유일하게 최근 6년 연속 4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SK는 그 힘이 스몰볼에서 비롯됐음을 이날 두산전서 확실하게 보여줬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