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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패' 롯데, 부상 악령에 자신감 결여까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9-23 10:22 | 최종수정 2012-09-23 10:22


프로야구 삼성과 롯데의 경기가 22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충격의 7연패에 빠진 롯데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22/

문제는 단순히 7연패를 당해서가 아니다. 특별히 연패를 탈출할 만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분위기라면 연패수가 점점 더 늘어날 일 밖에 없을 것 같다. 당장 2위 싸움에서 처지는 것은 물론, 이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해도 희망을 볼 수 없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팀이 무너지고 있다. 롯데,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주축선수들의 이어지는 부상, 라인업 짜기도 힘들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어떤 팀도 피해가기 힘든게 바로 선수들의 부상이다. 때문에 부상 선수를 대체할 만한 백업 요원들이 잘 갖춰진 팀들이 강팀이라고 인정받는다. 하지만 한두명이 아닌 팀내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포수 강민호의 결장. 지난 18일 부산 SK전에서 상대 주자 김강민과 충돌해 목과 허리 통증을 호소한 강민호는 어지름증과 구토 증세까지 겹쳤다. 결국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복귀까지 빨라야 1주일이라지만 치료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게 문제. 주전포수, 그것도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홀로 풀타임 출전을 하던 강민호가 빠진다는 것은 팀 전체 전력의 절반이 빠져나갔다는뜻. 여기에 최근 타선이 완전히 침묵하고 있어 장타력을 갖춘 강민호가 더욱 그립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1루수 박종윤은 20일 자신이 친 타구가 얼굴을 강타, 왼 광대뼈가 함몰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당장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상황. 여기에 좌익수 김주찬도 무릎이 좋지 않아 매경기 선발로 나설 수 없는 형편이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부상을 참고 뛰는 선수들도 많다. 전준우는 허벅지, 황재균은 옆구리 쪽에 통증이 있다. 조성환도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다.

문제는 마운드에도 있다. 그동안 선발진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던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이 왼 엄지발가락에 부상을 입었다. 현재, 발가락과 발등 부위가 퉁퉁 부어있는 상황. 붓기 때문에 제대로 검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또, 김성배가 오른 팔목 부상을 털고 복귀했지만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 오른 무릎에 고질적인 통증을 안고 있는 최대성은 마운드를 내려올 때 절뚝거리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다.

정말, 말그대로 라인업을 짜기도 힘든 상황이다.

'부상 악령'이 연패로, 연패가 자신감 결여로…


롯데가 연패를 당한 과정을 돌이켜보자.

가장 큰 문제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은 타선이었다. 많은 안타를 뽑아내도 찬스만 되면 전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찬스를 무산시켰다. 갱을 만들려고 해도 쉽게 만들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 만루 찬스를 6번 연속, 그것도 삼진, 병살타, 외야 얕은 플라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날렸다.

기본적으로 부상 선수가 늘어나며 타선의 힘이 떨어진게 사실이다. 경기에 출전한다 해도 제 컨디션이 아니다보니 제대로 된 타격이 나오기 힘들다. 또, 상대 마운드는 주축 타자들과의 승부를 어렵게 가져가면서 상대적으로 출전 기회가 적었던 타자들과의 승부에 집중한다. 야구는 확률의 게임. 이럴 경우 상대가 이길 확률이 더 높다. 찬스마다 맥이 끊겼던 가장 큰 이유다.

이렇게 연패가 늘어나자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지는 동시에 조급함도 생겼다. 한 야구 관계자는 "지금 롯데 타자들에게는 '나한테 찬스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심타선, 하위타선을 막론하고서 말이다. 자신감 결여는 조급함으로 이어진다. 만약 초구, 2구째에 눈에 보이는 공이 들어오면 무조건 방망이가 나가게 된다. 연패 중 경기를 보면 많은 타자들이 찬스에서 일찌감치 투수와의 승부를 선택하는 모습이다. '만약 이 공들을 흘려보내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어쩌지', '볼카운트가 불리해져 내가 찬스를 무산시키면 어쩌지', '나 때문에 지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것.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좋은 타구가 나오기 힘들다.

타선이 부진하자 도미노 같이 침체된 분위기가 마운드에까지 옮겨졌다. 연패가 길어질수록 마운드에 오르는 선발투수들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 20일 목동 넥센전에 쉐인 유먼, 21일 잠실 LG전에 사도스키, 22일 대구 삼성전에 진명호 모두 경기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꼭 이겨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에 제구가 흔들리고 만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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