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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 한용덕-김성갑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9-21 18:57


2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2사 넥센 장기영이 우월 솔로홈런을 터트리고 들어오자 김성갑 감독대행이 맨 앞이 아닌 코치들 사이에서 장기영을 맞이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9.20/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 공통점이 많은 두 팀이다. 우선 최근 몇 년 간 하위권을 맴돌았다. 또 나란히 지난 겨울 메이저리그 출신인 박찬호와 김병현을 영입해 주목을 받았지만, 성적면에서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올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사실상 실패했고, 시차를 두고 감독이 경질됐다. 되돌아보기 싫은 악연도 있다. 전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넥센은 5월 중순 팀 출범후 최다인 8연승을 달렸다. 그런데 8연승이 끝난 직후 한화에 3연패를 당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더구나 김시진 감독은 9월 16일 한화전에서 2대8로 패한 뒤 해임 통보를 받았다. 한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처음 상대한 팀이 넥센이었다. 이 경기에서 한화가 7대6 역전승을 거뒀다.

넥센-한화전이 벌어진 21일 대전구장. 김성갑 넥센 감독대행(50)과 한용덕 감독대행(47)이 처음으로 만났다. 빙그레 시절 선수로 한 팀에서 뛰었던 두 사람이다. 양팀의 수석코치로 있던 둘은 3주 정도 시차를 두고 지휘봉을 잡았다. 그동안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날 일이 별로 없었단다.

경기전 김 감독대행이 3루쪽 원정팀 덕아웃에 나타나자 한 감독대행이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한 감독대행이 꾸벅 인사를 하자마자 김 감독대행은 후배를 잡아끌고 원정팀 귀빈실로 향했다.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선후배는 따로 할 이야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모시던 감독이 갑자기 경질 됐을 때의 막막함, 구단으로부터 감독대행을 맡으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심정 등.

한 감독대행은 "선수 시절 전지훈련 때 같은 방을 썼는데, 김 감독대행이 굉장히 괴롭혔다"며 웃었다. 한 감독대행은 또 "어렸을 때 김 감독대행의 딸 가수 유이를 본 것 같다. 그 때랑 얼굴이 많이 달라진 걸 보면 많이 고친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김 감독대행이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빙그레에서 선수생활을 했는데, 이때 유이가 태어났다고 했다.

얼떨결에 지휘봉을 잡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두 사람이다. 넥센과 한화는 정규시즌이 끝나는대로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두사람 모두 후보군에 포함이 돼 있다고 봐야 한다. 비록, 4강 진출은 멀어졌지만 남은 시즌 성과를 내야 한다. 아직까지 성적은 괜찮다. 한 감독대행은 20일 현재 17경기에서 11승6패를 기록했고, 김 감독대행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김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겠느냐. 하고 싶은대로 편하게 야구를 하라고 주문한 게 효과를 본 것 같다. 어차피 감독대행은 새 감독이 올 때까지 임시로 선수단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크게 욕심을 내고싶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감독대행 또한 "선수시절 코치가 자꾸 지시를 하고 참견을 하면 그냥 흘려듣곤 했다. 선수들에게 많이 맡기려고 한다"고 했다. 처지가 비슷해서인지 두사람의 말도 비슷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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