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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시진 감독이 전격 경질돼 프로야구판이 뒤숭숭하다. 김시진 감독을 마지막으로 2010년 각 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8명 감독 모두가 2시즌을 더 채우지 못한 채 본래의 감독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칼바람 시국'에 새삼 주목되는 팀이 있으니 바로 두산이다. 너도나도 '감독 교체'를 외치는 최근 야구판의 흐름 속에 자신들의 상징인 '곰 뚝심'을 감독 선임에서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프로야구에서 5년 이상 한팀에서 감독으로 재임한 경우는 딱 두 번 뿐. 김경문 감독이 두산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 선동열 감독이 삼성에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을 채웠다.
두산 역시 성적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선 여느 프로구단과 다를 바 없지만 적어도 감독을 대하는 자세에서는 좀 달랐다.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감독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두산만의 끈끈한 팀 컬러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구단은 만족했다. 김경문 감독의 경우, 2011시즌을 치르는 도중 자신이 생각하던 야구가 나오지 않자 갑작스럽게 자진사퇴를 선언한 경우다. 그때도 구단이 오히려 김 감독에게 "팀을 계속 이끌어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었다.
김인식-김경문 체제에서의 두산을 돌이켜보자. 위에서 언급했듯, 90년대 초중반 OB는 그야말로 '동네북'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동안 두산만의 확실한 팀 컬러를 만들어내며 이제는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강팀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생팀으로서 야구판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넥센은 '감독 교체'만이 결코 능사가 아님을 두산 케이스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