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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경질의 시대' 새삼 주목되는 두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9-18 17:14



넥센 김시진 감독이 전격 경질돼 프로야구판이 뒤숭숭하다. 김시진 감독을 마지막으로 2010년 각 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8명 감독 모두가 2시즌을 더 채우지 못한 채 본래의 감독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칼바람 시국'에 새삼 주목되는 팀이 있으니 바로 두산이다. 너도나도 '감독 교체'를 외치는 최근 야구판의 흐름 속에 자신들의 상징인 '곰 뚝심'을 감독 선임에서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김인식 감독이 94년 시즌을 마친 후 감독으로 부임, 2003시즌까지 9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다. 김인식 감독이 부임할 당시 OB(두산 전신)는 '만년 꼴찌'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었다. 김 감독이 부임한 95시즌을 앞두고도 전문가들은 OB를 유력한 꼴찌 후보로 손꼽았다. 94시즌 말엽 선수단 항명사태가 일어나며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김 감독을 만난 OB는 달라졌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신바람나는 야구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롯데와의 혈전 끝에 4승3패로 원년 이후 한국시리즈 두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01시즌 한 차례 더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두산. 김인식 감독은 2003 시즌을 마친 후 김경문 감독에게 지휘봉을 물려줬다. 김인식 감독 체제에서 자리가 잡힌 두산은 꼼꼼한 스타일의 김경문 감독을 만나 더욱 단단해졌다. 김경문 감독은 비록 재임기간 동안 한국시리즈에 3번 진출해 모두 고배를 마셨지만 8시즌 동안 두산을 이끌며 팀에 '허슬 두', '화수분 야구'라는 새로운 닉네임을 붙여줬다. 사실 김경문 감독의 업적도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다. 요즘 프로구단들의 시각이라면 '3차례 한국시리즈 진출'은 안 보이고, '3차례 우승 도전 실패'가 먼저 보였을 법 하다.

최근 10년간 프로야구에서 5년 이상 한팀에서 감독으로 재임한 경우는 딱 두 번 뿐. 김경문 감독이 두산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 선동열 감독이 삼성에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을 채웠다.

두산 역시 성적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선 여느 프로구단과 다를 바 없지만 적어도 감독을 대하는 자세에서는 좀 달랐다.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감독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두산만의 끈끈한 팀 컬러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구단은 만족했다. 김경문 감독의 경우, 2011시즌을 치르는 도중 자신이 생각하던 야구가 나오지 않자 갑작스럽게 자진사퇴를 선언한 경우다. 그때도 구단이 오히려 김 감독에게 "팀을 계속 이끌어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었다.

원년부터 지금까지 모기업이 교체되지 않고 이어온 3개 팀인 삼성 두산 롯데 중 감독 교체 횟수도 당연히 두산이 가장 적다. 감독대행을 제외하면 지금 팀을 이끌고 있는 김진욱 감독은 8대 감독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14대, 삼성 류중일 감독이 13대 감독임을 감안하면 곧바로 비교가 가능하다.

김인식-김경문 체제에서의 두산을 돌이켜보자. 위에서 언급했듯, 90년대 초중반 OB는 그야말로 '동네북'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동안 두산만의 확실한 팀 컬러를 만들어내며 이제는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강팀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생팀으로서 야구판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넥센은 '감독 교체'만이 결코 능사가 아님을 두산 케이스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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