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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살타 98개' LG 타선의 그늘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2-09-17 17:24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18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펼쳐졌다. 1회초 2사 3루 정성훈이 1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다.
대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8.18/

LG는 어제 두산과의 잠실 경기에서 6:5로 석패했습니다. 9회초 3점을 뽑아내며 맹추격했지만 동점을 만드는데 실패했습니다.

9회초 6:5를 만든 뒤 무사 1, 2루의 역전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LG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그에 앞서 기록한 3개의 병살타였습니다. 3회초 연속 4안타로 2점을 선취했지만 계속된 1사 1, 3루 기회에서 정성훈의 1-4-3 병살타로 추가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선취 득점에 성공했지만 공격의 흐름이 끊긴 LG는 찜찜해진 반면 두산은 살아났습니다. 3회말 LG 선발 신재웅의 난조가 겹치며 5:2로 역전된 것입니다. 이후 LG는 4회초와 6회초에도 윤요섭과 이병규의 병살타로 기회를 날렸고 3회말 허용한 리드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병살타 3개가 나오면 이길 수 없다'는 야구 속설이 고스란히 들어맞은 것입니다.

LG는 올 시즌 98개의 병살타로 두산(111개)에 이어 최다 2위를 기록 중입니다. 희생 번트가 78개로 8개 구단 중에서 가장 적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홈런왕 출신의 김기태 감독은 화끈한 강공을 선호하지만 타자들은 김기태 감독의 선 굵은 야구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병살타가 빈발하는 팀은 장타력을 지닌 팀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팀 배팅보다는 장타를 의식하다 병살타가 빈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LG의 팀 홈런(56개)은 6위, 팀 장타율은 5위(0.361)에 불과합니다. LG가 장타력을 지녔기에 병살타가 빈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LG 타자들 중에서 병살타가 가장 많은 것은 이병규로 16개를 기록해 전체 3위이며 정성훈은 13개로 공동 6위를 기록 중입니다. 두 타자의 공통점은 거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니라 병살타가 양산될 수 있는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득점권 타율을 살펴보면 정성훈이 0.277로 25위, 이병규가 0.234로 36위입니다. 두 타자 모두 3할을 상회하는 타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보다 한참 못 미치는 득점권 타율을 기록 중입니다. 즉 이병규와 정성훈은 타율은 높지만 루상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병살타가 잦고 기회에 약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두 고참 선수는 모두 병살타로 이닝을 마감시켰습니다. 4번 타자와 5번 타자로 고정 배치되는 이병규와 정성훈의 약점으로 인해 LG 타선의 득점력은 저하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팀 배팅을 의식하는 타격 역시 병살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1, 2루 간으로 타구를 보내려는 의도가 분명했던 이병규와 정성훈의 타격이 오히려 병살타로 귀결되었습니다. 1루 주자의 등 뒤로 타구를 보내려 했지만 의도적인 팀 배팅으로 인해 타구가 힘없는 땅볼이 되어 상대 내야진의 먹잇감이 된 것입니다. 우타자의 경우 바깥쪽 공은 밀어치는 진루타를 만들어내기 용이하지만 몸쪽 공은 진루타를 의식해 밀어친다 해도 힘없는 땅볼이 나와 병살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라리 강하고 빠른 타구를 외야로 보내기 위해 몸쪽 공은 힘껏 잡아당기는 타격이 낫습니다.

LG의 주전 타자들 대부분이 발이 빠르지 않은 것 또한 병살타가 빈발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주전 중에서 박용택, 김용의 정도를 제외하면 루상에 주자를 두고도 내야 땅볼이 병살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 타자는 꼽기 어렵습니다.

결국 LG가 병살타라는 그늘에 가려진 것은 장타력은 물론 기동력도 딱히 뛰어나지 않은 특색이 불분명한 타선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LG 타선이 연속 안타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타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타력과 기동력을 겸비하는 방식으로 공격 루트를 다변화하지 못한다면 내년 시즌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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