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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류현진, 신인 시절 울보였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9-13 07:21


12일 대전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6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3-2 승리를 이끌며 시즌 8승 째를 거둔 한화 류현진이 한용덕 감독대행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9.12/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은 요즘 류현진(25)을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류현진은 최근 자신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3연승, 시즌 8승까지 챙기며 10승의 꿈에 한층 다가섰다.

류현진만 살아나서 좋은 게 아니다. 비록 팀은 하위권 성적으로 올시즌을 마감해야 할 처지이지만 에이스의 부활로 동료 선수들의 사기와 홈팬들의 재미가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한 감독대행의 류현진 칭찬 수위도 높아진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한 감독대행이 류현진 예찬론을 펴는 것은 최근 좋아진 성적때문만은 아니다.

류현진의 신인 시절부터 투수코치로 인연을 맺어 온 그에게는 애제자와의 남다른 추억과 또다른 근거가 있었다.

혼자 징징 울던 어린애였는데…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과의 첫 마무리 훈련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2005년 고졸 신인으로 입단한 류현진은 한화의 마무리 훈련에 동참했다. 하루는 류현진이 훈련시간이 되어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당시 투수코치여서 류현진을 찾아나선 한 감독대행은 훈련장 뒤쪽 뚝방 언덕에 웅크리고 앉아 훌쩍훌쩍 울고 있던 덩치만 산만한 '어린애'를 발견했다. 사연인 즉, 당시 투수조 군기반장이던 최영필(38·SK)에게 호되게 군기를 잡혔던 모양이었다. 한 감독대행은 "이제 고교 졸업을 앞둔 풋내기가 대선배의 얼굴만 봐도 얼마나 무서웠을까하는 생각에 측은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면서 "나중에 최영필에게 살살 다뤄주라고 부탁했다"고 회고했다. 류현진은 그렇게 순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투수로서 '괴물'같은 본색으로 한 감독대행을 놀라게 했다. 한 감독대행으로 하여금 "태어나서 이런 건 처음봤다"는 감탄사를 두 차례 쏟아내게 만들었다. 우선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의 구위를 보고 이런 공에 맞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감독대행은 코치 시절부터 투수들의 피칭 컨디션을 파악하기 위해 가상으로 타석에 서는 습관이 있다. 그런 그가 다른 수많은 제자들의 투구를 보고 위협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류현진이 입단한 뒤 테스트삼아 타석에 선 순간 덜컥 무서웠다는 것이다. 구속도 구속이거니와 볼끝이 어찌나 매섭게 살아있던지 아찔했단다. 두 번째로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의 두둑한 배짱에 놀랐다. 보통 투수들은 3B2S의 불리한 상황에 몰리면 커브 위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하는 게 다반사라고 한다. 하지만 류현진은 밑으로 툭 떨어지는 볼인데도 체인지업으로 과감하게 던져 헛스윙을 유도한다. 한 감독대행은 "웬만한 자신감과 강심장이 아니면 볼을 던져서 헛스윙 삼진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신인 시절부터 '이 친구 야구를 알고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 것은 류현진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전성기 시절 괴물 본색 찾았다

류현진이 한 감독대행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괴물' 본색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한 감독대행은 최근 3경기에서 류현진의 피칭을 관찰한 결과 구위와 구질이 전성기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확신했다. 비결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한 번 마음먹으면 기필코 해내고 마는 '괴물'의 본능을 가동했기 때문이란다. 최근 3연승 이전까지 류현진의 문제점은 투구시 타점이 낮았다는 것이었다. 볼을 뿌리는 순간 손의 위치가 높은 게 류현진의 강점이었는데 시즌 중반부터 팔이 처지기 시작했다는 것. 불운 때문에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니까 힘도 급속도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게 한 감독대행의 판단이다.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 특유의 직구처럼 들어오다가 종으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위력을 더하려면 팔 높이가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깨달은 류현진은 어느 때부터인가 타점을 의식적으로 높이겠다고 마음먹고 자나 깨나 연습을 하더니 결국 예전의 감각을 되찾은 것이다. 한 감독대행은 이런 류현진의 능력을 천부적인 소질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신인 시절부터 그랬기 때문이다. 처음에 마무리 훈련에 데려갔을 때 류현진은 '고교 최강의 에이스 맞아?'라는 강한 의구심을 안겨줄 정도였다고 한다. 연습경기를 할 때 걸핏하면 안타를 얻어맞는 등 무기력한 바람에 '허당'이란 소리를 듣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데뷔 시즌 준비에 들어가는 스프링캠프에 돌입하자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더니 무서운 '괴물'로 변신했다는 것.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은 겉보기엔 워낙 낙천적인 스타일 때문에 훈련이고 뭐고 대충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훈련에 들어가면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자신이 준비해야 할 것은 완벽하게 수행한다"면서 "허허실실 작전의 대가"라고 말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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