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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디좁은 20명 명단, 한화는 박찬호를 넣을 수 있을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9-12 21:13


재활중이던 박찬호는 올시즌 종료 후 한화 잔류냐 NC행이냐의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한화, 올 시즌 종료 후 골치 깨나 아프게 생겼다.

처리해야 할 굵직한 일들이 산더미다. 신임 감독 선임과 류현진 7년차 해외진출 여부, 여기에 '형님 투수' 박찬호의 거취 문제까지 톱뉴스가 될 이슈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신임 감독과 류현진 문제는 어려운 선택이지만 어찌보면 쉽게 끝날 수 있다. 결단을 내려 콕 찍어 가부를 결정하면 되는 문제다.

하지만 박찬호의 거취 문제는 조금 다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조금 복잡하다. 향방은 크게 세가지. 은퇴, 한화 잔류, NC 이적이다. 은퇴는 가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다. 본인이 그만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평소처럼 열심히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 박찬호의 현재 근황이다. 정황상 소문이 확대 재생산된 케이스다.

결국 한화 잔류냐, NC 이적이냐의 양 갈래 길이다. 박찬호 거취를 결정할 주체는 크게 셋. 신임 감독과 구단, NC다이노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박찬호 본인의 의지다. 각각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한화는 박찬호를 원한다. 그러나…

한화 측은 당연히 박찬호의 잔류를 원한다. 하지만 그를 잡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예정된 NC의 특별지명을 피해 보호선수 20명 안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전급 선수 1명이 20명 보호 테두리 밖으로 튕겨져 나가게 된다.

20이란 숫자의 압박은 생갭다 크다. 한화의 필수 보호선수는 류현진을 비롯, 김혁민, 안승민, 유창식, 송신영, 박정진, 윤근영 등 투수만 10여명에 달한다. 군입대 예정인 양 훈을 제외하더라도 그렇다. 야수 역시 김태균, 최진행, 이대수, 장성호, 오선진, 하주석, 양성우 등 샛별을 포함, 10명을 금세 채운다. 상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지만 아직 만개하지 못한 미완의 대기도 수두룩하다. 고민스러운 노릇이다. 박찬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듬직한 선발이지만 미래가치로 판단할 때는 포기하는 편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홍보 마케팅 측면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국구 슈퍼스타' 박찬호의 직·간접적 파급 효과는 측정이 힘들 정도다. 팬들의 거센 반발이란 후폭풍도 감안해야할 요소. 보호명단에 포함시키지 않기도 힘든 상황이다. 딜레마다. 한화 측은 "시즌 중인만큼 그 문제를 판단할 시점이 아닌 것 같다. 시즌 종료 후 선임될 신임 감독과 함께 상의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NC도 박찬호를 원한다. 그러나…

NC는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시즌이 종료되지 않은 시점이라 행여 섣부른 코멘트가 한화와 박찬호 측에 누가 되지 않을까 조심 또 조심이다. 퓨처스리그 정상을 확정지은 김경문 감독도 취재진에게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 "개인적 친분을 떠나 현재 한화 소속 선수에 대한 영입 문제 언급은 예의와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박찬호 영입 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은 될 수 없다. 시즌 중인 현 시점에서 박찬호에 대한 영입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일 뿐이다. 만일 한화가 박찬호를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자유로운' 영입 루트가 생길 경우 NC는 주저없이 그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김경문 감독은 공주고 후배인 박찬호와 같한 친분이 있다. 그 이전에 '선수' 박찬호에 대한 가치를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김경문 감독의 두산 시절인 2009, 2010년 초 박찬호는 일본 미야자키 두산 캠프에 합류해 훈련을 함께 했다. 당시 박찬호는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을 자청했다. 당시 김 감독은 "찬호는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른 친구다. 여러모로 우리 팀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어느 팀보다 박찬호의 경험과 야구에 대한 자세가 필요한 팀. 바로 젊은 NC다이노스다.

그렇다면 박찬호는?

박찬호 역시 본인의 거취를 언급할 시점이 아니다.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그는 복귀가 현재의 우선과제다. 한화측은 "엔트리 제외를 은퇴 쪽으로 연결시키려는 시각이 있는데 결코 사실과 다르다. 말 그대로 고질이던 팔꿈치 통증을 떨치기 위해 열심히 재활하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찬호에게 소속팀 한화는 같하고도 고마운 구단이다. 고향 팀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말 타 구단의 원칙론에 부딪혀 한국행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특별법을 통해 길을 터준 구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NC행 가능성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김경문 감독, 이태일 대표와의 사적인 친분을 차치하고라도 박찬호가 늘 중시하는 명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장 성공한 해외파 1세대 야구인 박찬호가 '한국야구 발전'에 대해 갖는 책임감은 상상 이상이다. 내년 시즌부터 1군에 합류하는 NC의 연착륙이야말로 10구단 창단과 일자리 확대에 있어 초석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스타가 없는 NC에 자신이 스타 마케팅의 중심으로 활용되는 것이 신생구단 조기 정착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성격이다. 박찬호는 피츠버그 소속으로 두산 캠프에서 훈련했던 지난 2010년 국내 복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적이 있다. 그는 "언젠가는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단지 한 구단이 아닌 여러 구단에서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국야구 흥행과 발전에 불쏘시개가 되고픈 마음의 표현이었던 셈. 현 시점에 대입해볼 때 NC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코멘트이기도 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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