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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축구 A대표팀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라고 하는데, 야구대표팀 사령탑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최고의 선수를 이끌고 국가를 대표해 최고의 무대에 선다는 자부심과 함께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소속팀을 떠나 있어야하는 부담감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감독직은 맡고 싶다고해서 아무나 맡을 수 없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그런데 요즘 느닷없이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직을 놓고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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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류 감독의 이런 주장은 책임회피로 비쳐질 수 있다. 규정이 명문화되어 있는데 시즌 종료가 임박해 갑자기 전임감독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미 몇차례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김인식 위원장에게 다시 큰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현역에서 물러난 지도자의 경우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하지만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밖에서 지켜보는 것과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책임감을 갖고 선수들과 소통하며 싸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이다.
아무래도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은 한국시리즈 우승팀에서 대표 선수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을 맡기기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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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일본은 2006년 WBC 때 오사다하루(왕정치) 당시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해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9년에는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다시 정상을 밟았다.
반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대표 때는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던 호시노 센이치 감독(현 라쿠텐 이글스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는데, 메달권에도 들지 못했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들로 베스트팀을 만들었는데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대표팀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일본으로선 충격이었다.
일본도 감독 선임 문제로 고심을 하고 있다. 현직 감독에게 맡기고 싶은데 하라 감독은 고사하고,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 또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치아이 히로미쓰 전 주니치 드래곤즈 감독까지 수용불가를 표명하면서, 2005년 시즌이 끝난 뒤 현역에서 물러난 야마모토 고지 전 히로시마 카프 감독(66)까지 거명되고 있다.
일단 KBO는 원칙을 지키자는 입장이다. WBC 이후 국제대회는 몰라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규정을 바꾸자는 건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유력한 대표팀 감독 후보인 류중일 감독이 아니라 다른팀 지도자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면 조금 상황이 달랐겠지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