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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답이 안나온다. 냉정히 말해 4강도 지금 상태로는 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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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공격력 약화 문제는 사실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시즌 초반부터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중심타자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LCK포'로 불렸던 이범호와 최희섭, 김상현이 모조리 팀 타선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렇듯 중심타선의 부진만이 KIA 공격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친 요인이기는 해도, 지금과 같은 타순을 가리지 않는 총체적 빈타의 직접적 원인일 수는 없다. 이보다는 더욱 근본적인 파트에서 문제가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KIA에는 전문 타격코치가 없다. 이순철 수석코치가 지난 6월 12일 이후 석 달 가까이 타격코치를 겸임하고 있다. 변칙적인 운용이며 이 수석에게는 과중한 업무다. 감독을 보좌해 팀 전반의 관리를 신경써야 하는 수석코치 본연의 일도 많은데, 타격 파트까지 혼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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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향 마운드, 한쪽 날개로는 못 난다
타선에 비해 마운드는 그런대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선발진의 위력은 올 시즌 한층 좋아진 편이다.
지난해에 비해 구위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에이스 윤석민과 한층 완숙미를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 서재응에 성큼성큼 전성기 때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김진우 등 토종 선발 트리오가 건재하다. 여기에 앤서니와 소사, 두 명의 외국인 투수들은 그 어느 해보다 안정적이고 위력적인 외국인 선수 조합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 측면을 능가하는 더 심각한 문제가 눈에 띈다. 마운드의 지나친 '우편향 현상'이다. KIA의 5선발진은 전부 스타일이 같다. 오른손 오버핸드 스로, 이른바 '정통파'다. 물론 주무기나 경기 운용 스타일은 각기 다르지만, 전부 오른손 투수라서 상대팀의 좌타자들에게는 큰 위협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불펜에서도 역시 우편향 현상이 심각하다. 간판 좌완투수 양현종이 시즌 내내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고, 박경태나 진해수 등 다른 왼손 투수들도 이렇다 할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타이밍에 상대팀의 좌타자를 공략할 만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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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투타의 문제점 이외에 최근들어 더욱 심각하게 부각되는 문제는 바로 허술한 수비다. KIA는 지난 8~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연속 연장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모두 경기 초반 잡은 리드를 지키지 못한 역전패였다. 그런데 이 역전패의 과정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실책과 부실한 수비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루수 조영훈이나 3루수 박기남 등이 주범인데, 이들만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 이들이 결정적으로 허술한 수비의 주범이 됐을 뿐, 사실 전 선수의 수비력이 저하됐다. 지난해 8개 구단 중 최소실책(67개)을 기록했던 '수비의 팀' KIA는 올해 111경기에서 벌써 80개의 실책을 범했다. 갯수만으로는 LG(114경기-85개)에 이어 2위인데, LG보다 3경기를 적게 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꼴찌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런 실책이나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허술한 수비가 최근과 같은 중요한 접전 상황에서 유독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타이트한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면서 움직임이 위축된 결과다. 그만큼 선수들의 집중력이나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국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KIA가 남은 경기에서 가까스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KIA의 '영광의 시대'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