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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헤켄의 구원자청을 고맙게 거절한 김시진 감독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09-09 18:16


"나 1승하자고 선수를 무리시킬 수는 없잖아요."

넥센 김시진 감독이 외국인 투수 밴헤켄에게 감동한 사연을 전했다. 밴헤켄은 9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에게 "오늘 경기에 중간계투로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쯤 선발등판이 예상되는 밴헤켄은 9일이 불펜피칭을 하는 날. 불펜피칭 대신 경기에 중간계투로 나가겠다는 뜻을 비춘 것이다.

밴헤켄은 그동안 23경기에 등판했는데 모두 선발이었다. 불펜으로 나간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런대도 불펜대기를 자청한 것은 그만큼 팀사정이 어렵고 팀의 4강을 위해 팀에게 도움을 주고싶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밴헤켄은 올시즌 9승6패, 평균자책점 3.52로 나이트와 함께 원투펀치로 넥센 마운드의 핵심인물. 밴헤켄이 중간으로 1∼2이닝만 소화해줘도 넥센으로선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전날 6-2로 앞서다가 마운드와 수비 불안으로 6대11로 역전패해 속이 쓰리던 김 감독은 밴헤켄의 등판 자청에 감동을 받았다고. 그러나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 다음 선발 등판을 잘 준비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직 밴헤켄의 옆구리가 완전하게 나은 것이 아니다"라며 "자칫 중간계투로 나갔다가 결과가 좋지 못하면 다음 선발 등판은 물론 앞으로의 등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밴헤켄의 등판 자청을 거절한 이유를 밝혔다. 밴헤켄은 지난 8월 오른쪽 옆구리 통증으로 18일동안 2군에서 치료를 받은 적 있다. 김 감독은 "밴헤켄이 올해만 야구를 할 것도 아니고 내년에 재계약을 하면 계속 우리를 위해 뛰어줄 선수다. 감독이 1승 하자고 선수를 무리시킬 수는 없다"고 선수보호가 우선임을 밝혔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라고 해서 차별하거나 특혜를 주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과 동등하게 대해준다. 밴헤켄이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팀이 마음으로 다가와줬기 때문이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넥센 밴헤켄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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