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선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이정훈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전달하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9.6
"앞으로 향후 30년 동안 한국이 일본을 이긴다는 생각을 들지 못하게 하겠다." 2006년 제1회 WBC를 앞두고 일본 최고의 간판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1회 WBC 대회에서 일본은 아시아 지역 예선 최종전, 2라운드에서 연거푸 대한민국에 고배를 들면서 4강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반면에 일본을 제압하고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은 이치로를 포함한 일본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지켜보는 동안 승리의 기쁨을 한껏 누리면서 마운드 위에 태극기를 꽂는 세리머니로 이치로의 기고만장한 망언을 제압하였다.
"(이승엽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그게 누구냐. 제대로 치지 못하고 있는 타자를 4번에 계속 두고 있다니 대단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과의 야구 4강전을 앞둔 일본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답변한 내용이다. 호시노 감독의 치졸한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령탑 김경문 감독은 별다른 대응도 대꾸도 거들지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일본전 필승전략을 준비하였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8회말에 터진 이승엽의 통렬한 투런홈런을 앞세운 대한민국의 완승이었다. 호시노 감독이 그토록 무시하던 이승엽은 일본이 자랑하는 마무리 이와세를 완벽하게 멘붕(멘탈붕괴)시키는 홈런포로 일본으로 하여금 올림픽 4강전과 '빠이빠이'하게 만들었다.
"일본타자들이 압축배트를 사용하는 게 100% 확실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25회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 일본과의 2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대한민국 대표팀의 사령탑인 이정훈 감독이 언론에 밝힌 내용이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의 발언을 입증하는 아무런 증거물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란 점이다. 아마도 어린 선수들인만큼 신경전을 통해 일본의 집중력을 흐트려 놓으려는 심산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이정훈 감독의 발언이 나온 기사를 접하면서 대회가 대한민국의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지고 있어 선수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환경이었던 만큼 굳이 신경전을 펼쳐야 하나라는 생각이 좀처럼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원정팀의 설움을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일본 선수들의 전의를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한민국은 9월 6일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2-4로 패하면서 결국 결승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이틀전 대만전 패배가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 듯 싶다. 그리고 일본의 강점은 방망이가 아니었다. 바로 전날 콜롬비아 전에서 100개가 훌쩍 넘는 투구수를 기록하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괴물투수 후지나미 산타로에게 대한민국 타선은 철저히 농락당했다. 후지타니가 버티고 있는 일본 대표팀의 타자들이 굳이 압축 방망이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완벽한 투구내용이었다.
홈에서 우승을 노리던 대한민국의 목표는 좌절되고 말았다. 믿었던 에이스 윤형배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대한민국 대표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예선 마지막 경기 콜롬비아 전부터 시작해서 대만, 일본에게 연달아 완패를 당하면서 대한민국은 홈팀으로서 자존심을 구기고 말았다.
이번 대회는 애당초 2012년 완공예정이었던 고척 돔구장의 개장 행사에 맞추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척 돔구장은 여전히 뚜껑이 씌워지지 않은 채 한창 공사중이다. 결국 대한 야구협회는 국제야구연맹(IBAF)의 양해를 구하여 경기를 잠실과 목동구장에서 분할 개최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국제 규모의 야구대회를 치룬적은 1982년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도 야구장을 둘러싼 인프라는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어 참가국 선수들이 야구장 안에 실내 연습장을 사용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잠실구장은 기존의 홈팀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선수들이 사용하는 관계로 사용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고, 목동구장에는 아예 실내연습장이 마련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우천으로 경기취소가 잦아지면서 예선 일부 경기가 조직위에 의해 임의로 취소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하였다. 모처럼 치르는 국제대회에서 형편없는 인프라만 적나라하게 확인한 셈이 되었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나 다름없는 어설픈 신경전으로 오히려 상대방의 전의를 상승시키는 효과만 안겨다 준 이정훈 감독의 전략도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
아마야구의 메카 동대문 구장을 무리하게 쫓아내면서 추진하던 형이상학적 스타일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오픈 일정이 1년 뒤로 늦춰졌으며, 동대문 구장의 대안으로 건설되던 고척동 돔구장은 중간에 설계도가 너저분하게 바뀌면서 공사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는 이래저래 반성할 부분만 가득 남긴 대회로 기록될 듯 싶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