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석민vs김광현 아쉬웠던 맞대결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09-07 21:13


2011년 MVP와 2008년 MVP의 대결. 2007년 정규시즌(김광현 승)과 지난해 준PO 1차전(윤석민 승) 이후 세번째로 맞붙은 KIA 윤석민과 SK 김광현의 '빅 매치'는 아쉽게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맞아떨어졌다. 팽팽한 투수전을 예상한 것과 달리 오히려 오히려 타자들의 잔치가 됐다.

저득점에 대비하라

경기전만해도 양측의 덕아웃은 저득점 경기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KIA 선동열 감독은 "둘 다 좋을 때 붙어야 '빅매치'인데 지금은 둘 다 좋은 상황이 아니니 빅매치라고 하기 힘들다"면서도 "둘 다 너무 긴장하지 않고 던지면 7이닝 정도는 소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우리 타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니 2점 정도 먼저 뽑으면 좋겠다"라며 타격보다는 마운드에 기대를 하는 눈치.

그도 그럴것이 김광현은 올시즌 KIA전에 2경기에 등판해 11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2승을 챙겼고, 통산전적도 14승4패 평균자책점 2.07로 7개구단 상대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KIA 킬러였다.

SK 이만수 감독도 "이런 에이스끼리의 경기에서 물론 많은 점수가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적은 점수로 승부가 난다"면서 "선취점이 중요하고 2점 정도를 먼저 뽑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작전을 펼치겠다"고 했다. 선취점을 뽑는게 경기 운영상 유리하고 먼저 뺏기면 초조해 지기 때문. 또 2점 정도 앞서면 상대가 번트를 대거나 도루를 하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KIA 윤석민이 6회초 1사 SK 김강민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아쉬워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둘 다 불안해

등판 전날인 6일 윤석민과 김광현은 둘 다 크게 맞대결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김광현은 한술 더 떠 "서로를 자극하고 둘 다 잘던져서 감을 잡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아무리 타자와의 싸움이라 맞대결에 의미가 없다고 해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순 없을 터. 둘 다 초반 불안했다.


윤석민은 1회 볼이 많았다. 최고 148㎞의 빠른 직구를 뿌렸지만 제구가 잘 되지 않았고, 변화구는 가운데로 몰리며 2사후 최 정과 이호준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다. 5번 박정권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며 첫 위기를 넘겼다.

김광현도 불안했다. 직구가 최고 143㎞에 불과했다. 슬라이더도 떨어지지 않고 높게 오는 경우도 있었다. 1번 이용규에게 툭 밀어친 좌측선상 2루타를 허용한 김광현은 1사 3루서 3번 안치홍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곧바로 1점을 내줬다. 이어 나지완에게도 좌전안타를 맞고 2실점. 차일목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김원섭에게 다시 좌전안타르 맞고 또 1점을 헌납.

윤석민은 2회에도 2사 1,3루의 위기를 넘겼고, 3회엔 2,3,4번타자를 상대로 첫 삼자범퇴를 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김광현은 계속 불안했다.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을 좀 낮췄지만 한번 불붙은 KIA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2회에도 볼넷과 연속 2안타로 2점을 허용한 김광현은 3회엔 김주형에게 쐐기 스리런포를 맞고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와야했다.

타선의 막강한 지원을 업은 윤석민은 이후 5회초 최 정에게 스리런홈런을 맞긴 했지만 6회까지 총 110개의 공을 던지고 6안타 3실점(비자책)으로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이겼다.


SK 김광현이 1회말 2사 2루 KIA 김원섭에게 좌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집중력과 과감함

이런 에이스의 맞대결에선 작은 것 하나에서 승패가 갈린다. 즉 투수의 투구도 중요하지만 야수들이 얼마나 집중을 하느냐가 분위기를 바꾼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SK가 집중력과 수비에서 앞서지만 이날은 달랐다. 에이스를 승리투수로 만들어주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나지완의 과감함이 분위기를 살렸다. 2-0으로 앞선 1회말 1사서 1루주자 나지완은 2루 도루를 시도했다. 분명 타이밍은 늦었고 송구만 정확하면 아웃이 될 타임. 그러나 정상호의 공이 옆으로 치우치며 2루수 정근우가 태그를 하지 못해 세이프. 이어 2사 후 김원섭의 좌전안타 때 나지완은 김종국 3루 코치의 지시에 따라 홈까지 내달렸다. 역시 송구만 제대로 된다면 아웃이 될 상황. 그러나 예상외 질주에 SK 좌익수 안치용은 당황했는제 3루수 최정에게 너무 낮게 송구를 했고, 최 정은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공을 빠뜨리고 말았다. 확실히 KIA로 분위기가 넘어갔다.

또 볼 수 있을까.

둘 다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둘 다 좀 더 좋은 성적을 가지고 좋은 컨디션으로 붙는다면하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물론 가능성은 있다. 일단 올시즌에도 4차례 경기가 더 남아있다. 15∼16일 인천, 29∼30일 광주 경기가 예정돼 있다. 선 감독이나 이 감독 모두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로테이션에 따라 재대결도 가능하다. 선 감독은 "만약 둘 다 성적이 좋은 상황에서라도 로테이션이 되면 맞대결을 붙였을 것이다"라며 언제든지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했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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