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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불가능이 아니다."
시즌 막판 야구팬들의 새로운 흥미거리이자 야구역사의 대기록인 류현진의 10승이 현실화되고 있다.
류현진이 올시즌에 10승 기록에 성공하면 프로 데뷔(2006년) 이후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는 새역사를 쓰게 된다.
지난달 31일 KIA전에서 4경기 만에, 시간으로는 33일 만에 승리를 챙기더니 6일 롯데전까지 2연승으로 돌아서며 7승으로 올라섰다.
최근 2연승을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시즌 막판이라 힘이 떨어질 법한데, 오히려 펄펄 날았고 2경기 연속 8이닝 무실점 행진이었다.
이제 한화가 6일 현재 남겨놓은 경기는 모두 22경기. 류현진이 앞으로 등판할 수 있는 기회는 4번 정도다.
이번 주말은 물론 다음 주중에도 적지 않은 비가 예보돼 있어서 변동이 생길 수 있지만 현재 남은 일정상 류현진이 상대해야 하는 팀은 삼성, 두산, SK다.
이들 가운데 삼성과 두산을 상대로 올시즌 재미를 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류현진의 10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되레 높아지고 있다.
한 감독대행도 낙관적으로 돌아서게 된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동기부여가 충분하다.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이 6승을 달성한 뒤부터 무섭게 달라졌다. 동기부여가 제대로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6승을 달성하던 경기에서 한동안 잃었던 자신만의 피칭 감각을 제자리에 다시 갖다 놓기 시작했고, 포기하려고 했던 10승의 꿈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잇달아 자신을 관찰하러 오면서 류현진의 전력 피칭 강도가 높아졌다는 게 주변 동료들의 전언이다. 류현진은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뭔가 보여주고 싶어할 공산이 크다.
야구판에서 "마음만 먹으면 무실점 피칭 자유자재로 한다"는 얘기를 듣는 류현진이다. 그런 그에게 동기부여는 마음 단단히 먹게 만드는 기폭제다.
동기부여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다시 업그레이드됐다. 자신의 주무기인 서클체인지업을 다시 정비하고 나선 것이다.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이 겉보기에는 설렁설렁 여유를 부리는 것처럼 보여도 따로 훈련할 때는 미친 듯이 빠져든다"면서 "최근에 체이진업 각도가 마음에 들지 않느다며 죽기 살기로 다시 가다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은 당대 최고의 투수로 만들어준 최고의 무기였다. 속구처럼 솟아오르다가 바깥쪽으로 뚝 떨어지는 통에 우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삼진으로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올시즌 들어서는 한동안 체인지업의 각이 많이 무뎌졌다는 우려를 받았다. 시즌 초반에는 타점이 높아서 잘 떨어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팀 성적은 바닥이고, 불운의 패배가 겹치면서 몸도, 마음도 피곤해지면서 팔이 조금씩 처졌다고 한다. 체인지업의 각도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 감독대행의 목격대로 주무기 정비에 매달리더니 예전의 매운 맛을 되찾았다. 6일 롯데전에서 류현진의 투구(132개) 가운데 체인지업(29개)이 직구(74개) 다음으로 많았고, 삼진 9개중 4개도 체인지업이 결정했다.
류현진도 "예전의 느낌을 찾았다. 체인지업이 많이 좋아졌다"고 만족할 정도로 체인지업이 살아났다면 승리 가능성은 한결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주변의 전폭적인 지원도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다.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의 10승을 돕기 위해 등판 일정 조정 등 할 수 있는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류현진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등판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상대와 장소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5승1패를 하는 동안 한화의 타선을 보면 때는 늦었지만 뭔가 해보자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 '뭔가'에는 '류현진의 10승 돕기'도 포함돼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