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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감독 입장에서 보내고 싶겠나?"
하지만 '구단 동의'는 '감독의 동의'라는 전제조건이 먼저 붙게 마련이다. 류 감독은 지난 2010년 말 삼성과 3년 계약을 했다. 지난해엔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올시즌도 1위를 달리며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노리고 있다. 계약 마지막 해인 내년에도 이변이 없는 한 류 감독이 사령탑을 잡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상 오승환의 해외 진출은 류 감독의 의중에 달렸다고 볼 수도 있다.
류 감독은 "구단에서 굳이 보낼 이유가 있겠나. 마찬가지 상황인 류현진 역시 한화가 쉽게 보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류현진에 대해 신임 감독의 의중에 따라 해외진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상태다. 둘의 해외진출이 힘들다는 것은 모두 '감독의 입장' 때문이다.
잠시 뒤 류 감독은 "이대호처럼 가는 거라면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 가는 것 아닌가"라며 오승환이 해외진출 자격 FA가 되는 2014시즌 종료 후라면 몰라도 이번엔 '해외진출 불가'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오승환은 올시즌이 끝난 뒤 구단 동의하에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7시즌 자격요건을 채우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일본의 경우 구단 간 합의로 이적료만 발생하면 된다. 최근 류현진이 계속해서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오승환까지 덩달아 화제에 올랐다.
풀타임 7시즌을 채우는 류현진과 오승환의 해외진출이 '핫이슈'로 떠오르기 전, 때마침 오승환에 대해 이대호의 소속팀인 오릭스 스카우트의 관심이 있었다. 오승환은 지난달 25일 잠실 LG전에서 1⅔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세이브를 올린 적이 있다. 이날 선발등판한 삼성 탈보트와 LG 주키치를 보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오릭스 스카우트의 눈에 오승환이 들어온 것. 오릭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던 김성래 수석코치가 스카우트와 친분이 있어 삼성 역시 오승환에 대한 일본 프로야구의 관심을 알게 됐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오릭스의 관심을 소개하며 "150㎞가 넘는 직구에 빠른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어느 팀이건 데려가고 싶어할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하지만 류 감독의 흐뭇함은 그저 오승환이 '잘난 선수'라는 걸 재확인받은 것 때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게 이날 발언으로 드러난 셈이다.
한편, 오승환은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진출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나 역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퇴보하지 않기 위해 그런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시즌 중이고 포스트시즌도 남아 있는 상황이라 해외 진출을 얘기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본인보다는 팀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난처해할 수 밖에 없는 구단을 위해 오승환 본인이 먼저 명확히 선을 그었다.
오승환은 2013시즌이 끝난 뒤 풀타임 8시즌을 마쳐 FA 신청이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대졸선수에 한해 9시즌에서 1년을 완화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진출이 가능한 FA는 원래대로 9시즌을 마쳐야 한다. 올해 구단 동의가 없다면, 오승환의 해외진출은 2014년 시즌 종료 후에나 이뤄질 수 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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