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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생인 삼성 이승엽(36)과 1986년 생인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26). 딱 10년 차이가 나이는 둘은 홈런타자라는 것 외에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이승엽이 지바 롯데 마린스 소속으로 뛰고 있던 2005년 박병호는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LG 입단 후의 박병호 스토리는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대로다. 2005년 타율 1할9푼-3홈런-21타점에 그친 박병호는 유망주가 득실대는 LG에서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주전경쟁에서 밀린 박병호는 주변을 맴돌았다. 출전 기회가 줄면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렵고, 성적을 내지 못하면 믿음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결국 LG 소속으로 4시즌 반 동안 30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한 박병호는 지난해 여름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박병호의 잠재력을 눈여겨봐온 히어로즈는 그를 4번 타자로 점찍고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섰다. 히어로즈 트레이드와 함께 박병호에게 새 세상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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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과 박병호, 걸어온 길이 많이 다른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박흥식 히어로즈 타격코치다.
박 코치는 삼성의 타격코치로 이승엽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프로 초기부터 이승엽이 최고의 홈런타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도움은 준 지도자다. 박병호 또한 마찬가지다. 박 코치는 지난 겨울 "박병호를 제2의 이승엽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말을 했다.
야구인들에 따르면 박 코치는 불필요하게 간섭하지 않고 세심하게 지켜보다가 선수들이 조언을 구할 때 명쾌하게 포인트를 짚어주는 지도 스타일이다.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 이승엽과 현재 홈런 1위 박병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박 코치에 눈에 비친 둘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성적만 갖고서 박병호를 이승엽에 비교한다는 게 넌센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박병호 또한 이승엽과의 비교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박 코치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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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야구에 대한 열정, 근성이다.
박 코치는 두 사람 모두 지독하게 야구에 집중하고 파고드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타격감이 안 좋을 때 견디지 못하고 이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근성, 정신력이 강하다고 했다. 훈련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박 코치는 피로가 누적되어 힘이 떨어지는 한여름에 타격감이 떨어진 것 같다며 특타를 자청하는 박병호를 보고 이승엽을 떠올렸다고 했다.
박 코치는 "박병호가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지금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향후 7~8년 간은 매년 30홈런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