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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과 박병호,다른점과 공통점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9-06 08:55 | 최종수정 2012-09-06 08:55


넥센 박병호가 8월 5일 목동 LG전에서 시즌 23호 투런포를 날리고 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1976년 생인 삼성 이승엽(36)과 1986년 생인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26). 딱 10년 차이가 나이는 둘은 홈런타자라는 것 외에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이승엽이 지바 롯데 마린스 소속으로 뛰고 있던 2005년 박병호는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여러가지 면에서 대조적인 두 사람이다. 투수 출신인 이승엽은 1995년 삼성 입단과 함께 타자로 전향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홈런타자가 됐다. 첫 해 13홈런-71타점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프로에 적응한 이승엽은 7시즌 동안 30홈런 이상을 때렸고, 2003년에는 56개의 홈런을 터트려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승엽은 한국야구의 자존심, 한국야구의 얼굴, 한국야구를 자랑이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빛나는 성과를 내기도 했고, 좌절도 맛봤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승엽은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운 최고의 타자다.

이승엽이 프로 3년 차에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며 활짝 꽃을 피운 반면, 박병호는 참 오랜 시간을 지체했다.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으로 주목을 받았던 박병호는 2005년 LG에 입단했다. 계약금 3억3000만원이 '미래의 홈런왕' 박병호에 대한 기대치를 말해준다.

LG 입단 후의 박병호 스토리는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대로다. 2005년 타율 1할9푼-3홈런-21타점에 그친 박병호는 유망주가 득실대는 LG에서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주전경쟁에서 밀린 박병호는 주변을 맴돌았다. 출전 기회가 줄면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렵고, 성적을 내지 못하면 믿음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결국 LG 소속으로 4시즌 반 동안 30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한 박병호는 지난해 여름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박병호의 잠재력을 눈여겨봐온 히어로즈는 그를 4번 타자로 점찍고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섰다. 히어로즈 트레이드와 함께 박병호에게 새 세상이 열렸다.


4월 15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시합 전 넥센 박흥식 코치가 삼성 이승엽에게서 배트를 선물받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승엽이 지난 시절을 대표했던 타자라면 박병호는 향후 10년이 기대되는 타자다. 지난해 13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낸 박병호는 5일 현재 26홈런-87타점으로 두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이승엽과 박병호, 걸어온 길이 많이 다른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박흥식 히어로즈 타격코치다.

박 코치는 삼성의 타격코치로 이승엽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프로 초기부터 이승엽이 최고의 홈런타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도움은 준 지도자다. 박병호 또한 마찬가지다. 박 코치는 지난 겨울 "박병호를 제2의 이승엽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말을 했다.


야구인들에 따르면 박 코치는 불필요하게 간섭하지 않고 세심하게 지켜보다가 선수들이 조언을 구할 때 명쾌하게 포인트를 짚어주는 지도 스타일이다.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 이승엽과 현재 홈런 1위 박병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박 코치에 눈에 비친 둘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성적만 갖고서 박병호를 이승엽에 비교한다는 게 넌센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박병호 또한 이승엽과의 비교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박 코치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 조심스럽다.


경기전 박흥식 코치에게 인사를 하는 이승엽.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박 코치는 "유연성과 파워, 컨택트 능력 등 두사람 모두 홈런타자가 갖고 있어야할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이승엽이 천부적인 타격 재능에서는 조금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평가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야구선수로서 이미 거대한 성을 쌓은 선수이고, 박병호는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선수이니 말이다.

둘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야구에 대한 열정, 근성이다.

박 코치는 두 사람 모두 지독하게 야구에 집중하고 파고드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타격감이 안 좋을 때 견디지 못하고 이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근성, 정신력이 강하다고 했다. 훈련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박 코치는 피로가 누적되어 힘이 떨어지는 한여름에 타격감이 떨어진 것 같다며 특타를 자청하는 박병호를 보고 이승엽을 떠올렸다고 했다.

박 코치는 "박병호가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지금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향후 7~8년 간은 매년 30홈런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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