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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 LG-한화가 저승사자로 돌변한 이유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9-02 10:42 | 최종수정 2012-09-02 10:42


1일 오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3대2로 승리한 후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이 승리투수 김혁민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LG와 한화는 넥센 히어로즈와 함께 2012년 프로야구를 개막을 앞두고 야구 전문가들이 꼽은 유력한 꼴찌후보였다. 주축 투수 2명이 경기조작에 연루돼 전력에서 이탈한 LG는 주전 포수 조인성마저 SK로 떠났다. 한화도 김태균과 박찬호가 합류했으나 전체적인 팀 전력 업그레이드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LG가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서 모두 이기는 등 초반 기세를 올리는가 싶었지만, 결국 추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위 LG-8위 한화 구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지금 순위로 시즌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양팀의 부진에 의문을 다는 야구인들도 별로 없었고, 시즌 막판 대반전을 기대하는 이들도 거의 없었다. šœ은 지도자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10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가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질 정도로 LG 침체의 뿌리는 싶다. 한화 또한 최근 몇 년 간 팀 리빌딩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활력을 잃고 정체돼 있었다.

LG와 한화가 단순히 성적 부진에 그치지 않고 수준 낮은 플레이로 프로야구 전체에 대한 흥미까지 떨어트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양팀 모두 팀 창단후 올시즌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LG를 가장 잘 표현해줬던 신바람 야구, 한화의 막강 타선을 뜻했던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아주 오래전 일처럼 현재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시즌 내내 상대팀의 승수 쌓기 대상이었던 LG, 한화다. 상위권 팀들은 두 팀과의 경기때면 최소 2승1패를 생각하고 들어온다. 확실하게 승수를 쌓기 위해 선발 투수진의 등판 일정까지 조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약팀이 겪어야하는 설움이다. 지난 주 경질된 한대화 한화 감독은 "만만한 팀으로 인식이 되면 상대팀이 전력
1일 오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3대2로 승리한 후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이 최진행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을 집중해 덤벼든다. 우리를 잡으려고 상대팀이 외국인 에이스의 등판 일정까지 바꾸더라"고 했다.

그런데 치열한 순위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시즌 막판, 하위권에 쳐져 있는 LG와 한화가 순위경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변수 정도가 아니라 두 팀이 2위와 4강 경쟁의 키를 쥐고 있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시즌 막판이 되면 보통 4강 팀이 결정되고, 하위권에 처진 팀은 의욕을 잃게 된다. 하위권 팀들은 상대적으로 출전 기회가 적었던 젊은 선수를 테스트하면서 리빌딩을 준비하게 된다. 프로야구 전체가 후반부로 갈수록 맥이 빠질 수가 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다.

'동네북'과 같았던 한화가 한대화 감독이 경질된 후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한대화 감독 경질 직전 4연패에 빠졌던 한화는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가 들어선 후 3연승을 기록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3연승의 상대가 막판 4강 진입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넥센, KIA다. 한화는 8월 29일 넥센에 7대6 역전승을 거둔데 이어, 8월 31일, 9월 1일 광주 원정경기에서 갈길이 바쁜 KIA에 2연승을 거뒀다.


시즌이 끝나고 사실상 퇴진이 정해진 한대화 감독 시절 한화는 무기력했다.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재계약 가능성이 사라진 감독은 의욕을 잃었고, 덩달아 선수들까지 무기력증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사령탑 교체가 선수단에 자극을 준 것이다. 탈꼴찌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31일 오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0대3으로 패배한 KIA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한 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8.31.
분위기가 생성된 것 같다.

LG 또한 마찬가지다. 시즌 막판에 이르렀으나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매년 시즌 막판이 되면 선수단 내부에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흘러나왔던 LG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젊은 리더십이 이런 불협화음을 제거했다. 비록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지만 상위권 팀의 승수쌓기 제물은 되지 않겠다는 게 LG 선수단 분위기다. 8월 29일 잠실 라이벌 두산에 3대0 완승을 거둔 LG는 8월 31일 롯데와 연장 12회 접전끝에 0대0 무승부를 기록하는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9월 1일에는 롯데를 7대3으로 완파했다. SK와 치열하게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롯데로선 뼈아픈 결과였다.

9월 1일 현재 LG가 46승4무59패, 승률 4할3푼8리을 기록하고 있고, 한화가 42승2무64패. 승률 3할9푼6리이다. 2008년부터 최근 4년 간 7, 8위 팀이 모두 승률 4할을 기록한 적이 없다. 올시즌 LG와 한화가 막판까지 선전한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순위싸움이 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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