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파구를 못찾으면 가을잔치도 없다.
강한 선발?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
KIA의 최대 강점이라면 역시 탄탄한 선발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앤서니와 소사 등 두 명의 외국인 투수에 토종 에이스 윤석민, 베테랑 서재응 그리고 돌아온 괴물 김진우까지. 남부럽지 않은 5선발진을 갖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퀄리티스타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선발이 최소 6이닝까지 3자책점 이하로 막아줬다면 팀의 승리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퀄리티 스타트를 해도 경기에 질 수 있다. 6이닝 3실점을 했는데, 팀이 2점 이하를 낸다면 필패다.
올해 KIA는 총 50차례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4강 경쟁팀인 롯데(48회)나 SK(40회)보다는 많고, 두산(63회) 넥센(51회)보다는 적은 횟수다. 그러나 이 중에서 거둔 승리를 33승으로 두산(42승) 넥센(34승)보다 적다. 롯데와 SK는 퀄리티스타트 자체가 적어 승수가 KIA보다 적었지만, 승률로 보면 KIA를 앞섰다. KIA는 퀄리티스타트 시 승률이 0.688이었지만, 롯데는 0.689였고 SK는 0.692였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발은 장점이자 경쟁력 강화가 될 수는 있어도 직접적인 승리의 결정력은 없다는 뜻이다.
고질적인 타선 침체, 돌파구 있나
선발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승리와 인연이 멀었다는 것은 두 가지 결론을 이끌어낸다. 불펜이 허약했거나 혹은 타선이 부실하다는 결론이다. 두 요소는 서로 독립된 변인이라, 공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불펜도 약하고 타선도 침묵했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인데, 그나마 KIA는 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불펜이 약해보여도 기록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올해 KIA는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한 경우가 5차례 밖에 안된다. 삼성(4패)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또 7회 이후 역전패도 3차례로 두산과 함께 나란히 2위다.
그러나 역전승은 매우 적다. 5회까지 뒤진 경기를 역전해서 이긴 것은 5번으로 전체 6위다. 한화(7승)보다 적다. 이는 곧 한번 끌려가면 아무리 불펜이 실점을 최소화하더라도 타선이 전세를 뒤엎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미 시즌 초반부터 KIA를 표현하는 데 있어 늘 붙어있던 것이 '타격 침체'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이범호와 김상현 등이 이탈하며 불거졌고, 이후 최희섭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까지 겹치며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비단 이들 중심타선의 부재 뿐만이 아니라 다른 타자들도 전체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타격 페이스를 올릴만 하면 우천 취소로 맥이 끊긴 탓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한 시즌 내내 이어졌다는 것은 타자들 스스로 반성해야 할 문제다.
더 심각한 점은 특별한 돌파구가 현재 타선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테이블세터진과 중심타선, 하위타선 할 것 없이 동반 부진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을 때는 결국 벤치의 힘에 기댈 수 밖에 없다. KIA 벤치 역시 이런 이유로 타순의 변경이나 새로운 인물의 기용, 그리고 특타 연습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많이 남지 않았다. 늦어도 9월 초순까지 돌파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KIA는 올해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