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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불운, 다른 외적 요인 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8-27 00:39 | 최종수정 2012-08-27 07:59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가 23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류현진이 8회말 1사 1,2루 박정권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강판되고 있다. 류현진은 8피안타 5실점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8.23/


'안팎으로 운이 없었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25)이 올시즌 가장 불운한 투수라는데 이견이 없다.

'비운의 류현진'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기는 23일 SK전이었다.

당시 류현진은 7⅔이닝 동안 9탈삼진 2자책점(5실점)으로 호투하고도 동료 선수들의 계속된 실책성 수비와 수준 이하의 주루플레이로 인해 5-2까지 리드하다가 동점을 허용한 뒤 강판됐다.

이후 연장 끝내기 안타로 인해 5대6으로 패하면서 시즌 8패째을 떠안아야 했다.

이날 패배로 류현진은 올시즌 21경기에 출전해서 16차례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5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이처럼 류현진이 승운이 없었던 것은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던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류현진이 등판한 날 희한하게 타선에서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화 구단은 "류현진이 에이스인데다, 아무래도 운이 없다는 얘기가 자주 나왔기 때문에 야수들이 받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더욱 시달리는 것 같다"며 심리적인 요인에서 원인을 진단한다.


시즌 초반 KIA 선동열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 경험을 들어 "에이스가 잘 막아주니까 2∼3점만 내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오히려 느슨해지는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진담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류현진의 불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분석이 나왔다. 류현진이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데에는 상대 선발과의 로테이션도 운없이 꼬였다는 것이다.

올해 LG에서 한화로 스카우트된 전력분석팀의 김준기 과장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8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한 김 과장은 프로야구계 전력분석팀 사이에서도 최고의 '기술자'로 꼽힌다.

김 과장은 그동안 류현진의 등판일지를 분석한 결과 류현진이 등판한 날 상대했던 상대팀 선발투수들에 대한 복도 없었다는 결론을 찾아냈다고 한다. 한화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렵고, 낯설어 하는 상대 선발을 만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두산 2선발 이용찬의 예에서 보듯이 한화 타자들은 상대 1, 2선발과의 대결에서 그리 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상대가 1, 2선발이 아닌데도 우리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하는 투수를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올시즌 한화를 상대로 유일한 선발승을 챙긴 LG 최성훈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최성훈은 지난 5월 2일 류현진과의 대결에서 5이닝 2실점으로 5대2 승리를 이끌었다.

김 과장은 "대부분의 팀들이 다 그렇다. 상대 선발에 대한 사전분석을 면밀하게 하기는 하지만 유독 특정 투수를 만나면 구질이나 구종에 익숙하지 못한 나머지 고전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같은 로테이션은 상대팀이 전략적으로 맞춘 게 아니라 공교롭게도 류현진이 등판할 때 걸려든 게 많았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내부의 불운 뿐만 아니라 상대 선발과의 로테이션에서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류현진은 올시즌 21경기에서 1, 2선발이 아닌 상대 투수를 만난 경우가 11차례였다. 이 가운데 류현진은 3승2패를 기록했고, 나머지 6경기는 승패로 기록되지 않았다.

류현진이 2패를 기록할 때 등판한 상대 선발은 최성훈과 이영욱(SK)이었고, 승패로 기록되지 않은 경기에서는 강윤구(넥센), 진명호(롯데), 이승우(LG), 배영수(삼성) 등이 등판했다.

상대 투수가 1, 2선발이 아니라면 한화 타자들이 자신감있게 공략해 류현진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팀타격이 약한 한화는 류현진이 등판한 날 상대하기 어려운 선발까지 만나는 바람에 더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류현진은 이래저래 운없는 사나이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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