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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네덜란드와 함께 축구가 대세인 유럽에서 야구강국으로 꼽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유럽야구를 알려 왔다. 그렇다고 야구종주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미,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팀을 위협할만한 수준은 물론 아니다. 유럽에서 야구는 우리가 크리켓을 생각하는 것만큼 낯선 종목이 아닐까 싶다. 워낙 저변이 얇다보니 프로 종목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야구를 즐기는 동호회 수준이라고 한다. 메이저리그에도 종종 야구와 무관한 지역 지역 출신 선수가 화제가 되곤 하지만, 부모의 국적이나 태생이 그럴 뿐 미국에서 성장한 경우가 대다수다.
일본 독립리그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 소속 가가와 올리브가이너스에서 뛰던 마에스트리는 지난달 오릭스 유니폼을 입었다. 전반기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에서 30경기에 등판해 2승에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한 게 오릭스 스카우트의 눈에 띄었다.
마에스트리의 연봉은 220만엔(약 3170만원·추정). 일본 언론에 따르면 2010년 이탈리아 대표팀의 일원으로 대만에 갔다가 구입한 7만2000원 짜리 글러브를 애용하고 있단다. 가격만 놓고보면 국내에서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쓰는 글러브 만도 못한 제품이다.
마에스트리는 1980년대 초 한신 타이거즈에서 뛴 외야수 스티븐 룸에 이어 일본 프로야구 무대를 밟은 두 번째 이탈리아 국적의 선수. 직구 최고 시속이 150km 정도이고, 투심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진다.
먼 길을 돌아 오릭스의 멤버가 됐다. 마에스트리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했다가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게 됐다. 2008년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고, 플로리다주 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동안에도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이탈리아 대표로 참가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2010년 시카고 컵스에서 계약이 해지된 마에스트리는 미국 독립리그를 거쳐 호주에서 뛰다가 올해 3월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 가가와에 입단하게 됐다. 그런데 전반기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오릭스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고위도 좋지만 그의 장점은 스트레스를 쉽게 떨쳐내는 낙천적인 성격. 26일 세이부전에 이탈리아 대표팀의 상징색인 푸른색 글러브를 끼고 나온 마에스트리는 "이 색을 좋아 한다"며 글러브 자랑을 했다고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