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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에 연봉 220만엔 이탈리아 국적 투수가 있다고?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8-27 10:45 | 최종수정 2012-08-27 10:45


오릭스의 이탈리아 국적 투수 알렉산드로 마에스트리가 26일 세이부전에 선발등판해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마에스트리. 사진캡처=스포츠닛폰 홈페이지

이탈리아는 네덜란드와 함께 축구가 대세인 유럽에서 야구강국으로 꼽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유럽야구를 알려 왔다. 그렇다고 야구종주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미,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팀을 위협할만한 수준은 물론 아니다. 유럽에서 야구는 우리가 크리켓을 생각하는 것만큼 낯선 종목이 아닐까 싶다. 워낙 저변이 얇다보니 프로 종목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야구를 즐기는 동호회 수준이라고 한다. 메이저리그에도 종종 야구와 무관한 지역 지역 출신 선수가 화제가 되곤 하지만, 부모의 국적이나 태생이 그럴 뿐 미국에서 성장한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일본 프로야구에서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자란, 이탈리아 국적의 선수가 화제다. 이대호의 소속팀 오릭스 버팔로스의 우완 투수 알렉산드로 마에스트리(27)가 주인공이다.

마에스트리는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에 위치한 도시 체세나에서 1985년에 태어났다. 프로축구팀 AC 체세나의 연고지인 바로 그 도시다.

일본 독립리그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 소속 가가와 올리브가이너스에서 뛰던 마에스트리는 지난달 오릭스 유니폼을 입었다. 전반기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에서 30경기에 등판해 2승에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한 게 오릭스 스카우트의 눈에 띄었다.

마에스트리의 연봉은 220만엔(약 3170만원·추정). 일본 언론에 따르면 2010년 이탈리아 대표팀의 일원으로 대만에 갔다가 구입한 7만2000원 짜리 글러브를 애용하고 있단다. 가격만 놓고보면 국내에서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쓰는 글러브 만도 못한 제품이다.

오릭스가 큰 기대를 갖고 마에스트리를 영입했을 것 같지는 않다. 혹시나 해서 헐값에 계약을 했을 텐데, 의외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6일 세이부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한 마에스트리는 9이닝을 삼진 11개를 곁들이며 4안타 1실점으로 막고 첫 완투승을 거뒀다. 지난 12일 지바 롯데전에서 6⅔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일본 프로야구 첫 승을 거둔데 이어 시즌 2승째였다. 완투는 호주 윈터리그 시절인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었다고 한다. 8월 26일 현재 2승1패,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하고 있다.

마에스트리는 1980년대 초 한신 타이거즈에서 뛴 외야수 스티븐 룸에 이어 일본 프로야구 무대를 밟은 두 번째 이탈리아 국적의 선수. 직구 최고 시속이 150km 정도이고, 투심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진다.

먼 길을 돌아 오릭스의 멤버가 됐다. 마에스트리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했다가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게 됐다. 2008년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고, 플로리다주 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동안에도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이탈리아 대표로 참가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2010년 시카고 컵스에서 계약이 해지된 마에스트리는 미국 독립리그를 거쳐 호주에서 뛰다가 올해 3월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 가가와에 입단하게 됐다. 그런데 전반기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오릭스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고위도 좋지만 그의 장점은 스트레스를 쉽게 떨쳐내는 낙천적인 성격. 26일 세이부전에 이탈리아 대표팀의 상징색인 푸른색 글러브를 끼고 나온 마에스트리는 "이 색을 좋아 한다"며 글러브 자랑을 했다고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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