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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이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가는 것은….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잤다. 자칫하면 선수생활에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아니,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이제는 '빠른공만'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그의 바람대로 '진짜' 투수가 돼가고 있다. 롯데의 '광속구' 투수 최대성 얘기다.
주변에서 "결국 밑천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 나왔다. 공은 엄청나게 빨랐다. 하지만 이에 반해 제구는 완전치 않았다.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 변화구도 구위, 제구 모두 부족했다. 때문에 초구에 직구만을 노리고 들어오는 타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이 빠르니 일단 배트에 맞으면 비거리가 늘어났다.
최대성은 당시를 돌이키며 "정말 천당에서 지옥에 가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4월 큰 환호를 보내던 팬들도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최대성은 "당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잠도 못잤다. 사람들 눈을 쉽게 마주치지도 못했다. 대인기피 증세까지 찾아와 매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홈런을 허용하지 않아도 실점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악몽의 5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까지 찾아왔다. 5월30일 LG와의 경기 도중 오른 무릎에 통증을 느껴 자진강판했고 6월3일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고 말았다.
하지만 전화위복이었다. 이 부상이 몸도, 마음도 다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최대성은 "4월 쏟아지는 관심에 나도 모르게 힘도 들어가고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라며 "재활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내가 언제부터 야구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었나', '내가 언제부터 팬들의 환호에 익숙해져 있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무릎 치료에도 전념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6월13일 1군에 돌아왔다. 복귀 첫 경기인 13일 두산전에서 1이닝 2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불안감을 노출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1군 경기에 출전한 수업료였다. 이후 안정감을 찾으며 다시 승승장구하고 있다. 슬라이더의 제구가 좋아지며 안정감이 업그레이드됐다. 최대성은 "쉬는 동안 변화구 제구를 위한 훈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150㎞ 초반대의 직구는 여전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복귀 후 30경기를 치르며 허용한 홈런은 단 1개라는 점. 홈런 트라우마를 확실히 극복해낸 모습이었다.
"올시즌 후 떨어지는 변화구 연습할 것."
최대성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일단 당장의 과제. 오른 무릎 통증을 극복하는 것이다. 최대성은 "사실 부상을 입었던 오른 무릎에 아직까지 통증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최근 공을 던진 후 조금은 찡그린 표정을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괜찮다. 최대성은 씩씩하다. 그는 "아직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큰 부상은 아니라고 말씀해주신다. 나는 그걸 믿고 열심히 던지는 일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정규시즌, 그리고 포스트시즌 역시 적절한 관리 속에 등판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올해는 올해다. 최대성에게는 '롯데 우승'이라는 목표 외에 한 가지 목표가 더 있다. 바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것이 포크볼이든, 체인지업이든 문제없다. 연습을 통해 손에 익는 구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픈 욕심이 있다.
최대성은 "직구, 슬라이더 외에 떨이지는 변화구가 있으면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포크볼, 체인지업 등 이것저것 연습해보고 있다. 올시즌을 마치면 나에게 꼭 맞는 구종을 연습해 더욱 완벽한 투수로 거듭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