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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야수도…' LG의 지명 계획 수정,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8-21 10:41



"북일고 내야수 강승호."

LG의 첫번째 선택은 의외였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야수를 가장 먼저 지명했다. LG를 비롯해 두산과 삼성이 1라운드에 야수를 지명한 탓에 상위라운드 지명 계획이 바뀐 팀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지난 20일 열린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LG는 10라운드까지 총 7명의 야수를 지명했다. 내야수 3명, 외야수 3명, 포수 1명으로 야수진만 고려하면, 비교적 균형적인 선택이었다.

6-6-6-8-5-8-7-6-6, LG의 신인지명은 어땠나?

LG는 지난 2002년 준우승 이후 9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시즌에도 100경기를 치른 20일까지 4위 두산에 8.5게임차 뒤진 7위다. 올해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다면, 정확히 10년을 채우게 된다.

하위권을 맴돌면서 LG는 매년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을 차지할 수 있었다. 서울 연고로 비교적 선택의 폭이 넓은 1차 지명과 더불어 2차 1라운드에서 대어라 할 수 있는 유망주들을 지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암울하다. 현재 LG 선수단 구성을 보면, 여전히 30대 이상 선수들의 비율이 높다. 매일 주전으로 출전하는 주축선수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나마 투수 쪽에서 새 얼굴들이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게 위안거리다.

지난 5년간 드래프트 지명 패턴을 보면, LG가 근시안적인 대응을 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연고지역 1차 지명이 마지막으로 이뤄진 2009 신인드래프트에서 LG는 현재 주전 유격수인 오지환을 1차로 지명했다.


하지만 이후 상위라운드 야수 지명은 보이지 않았다. 전면드래프트가 실시된 2010 드래프트에선 전체 1순위로 사이드암투수 신정락을 지명한 데 이어 4라운드까지 모두 투수로 채웠다. 앞선 2009 드래프트에서도 2차 지명은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모두 투수였다.

흔히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말하지만, LG의 투수 편향은 심각했다.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전체 2순위 임찬규를 비롯해 4라운드까지 모두 투수였다. 변화의 기운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열린 2012 신인지명회의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포수 조윤준을 지명했고, 4라운드에서 대구고 내야수 전호영의 이름을 불렀다.

투수는 내부육성, 야수는 외부영입. 결과는 어땠나?

흔히 신인지명에서 구단은 당장 즉시전력으로 활용할 선수와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지명하는 선수를 전략적으로 나누어 지명한다. 현재 팀 사정이 당연히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는 물론, 2~3년 뒤에서 멀리는 5년 이후까지 내다보는 시각도 필수다.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LG는 하위권에 머물렀음에도 야수진이 강했다. 한때 LG 외야는 'BIG 5'로 불리며 자리가 부족해 주전급 외야수를 지명타자와 1루수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FA(자유계약선수)시장과 트레이드 시장에서 '큰 손'으로 나선 게 이유였다. 적극적인 외부 영입으로 덩치를 불렸다.

반면 상대적으로 투수 쪽에서는 재미를 못봤다. 박명환 등 실패사례를 겪은 뒤 '투수 FA는 안된다'는 인식이 내부에 퍼졌다. 야수에 비해 소모적인 투수는 분명 FA 실패 확률이 높다. 가까운 시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투수 육성에 방점을 둔 지명의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 최근 지명한 신인투수 중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는 한 희(2009년 2차 1라운드) 신정락(2010년 1라운드) 임찬규(2011년 1라운드) 최성훈(2012년 2라운드) 정도다. 그나마 한 희와 신정락은 올시즌엔 극도의 부진으로 1군에서 보기 힘들고, 올시즌 2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임찬규도 2군을 전전하는 신세다.

물론 다른 팀에도 입단 전 주목받았던 신인들의 실패 사례는 많다. 마치 복권을 긁는 것 마냥 알 수 없는 확률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게 신인지명이다. 초고교급 유망주들이 사라진 지금은 더욱 그렇다.

계획 수정, 이젠 야수도 키운다

어쨌든 LG는 육성에 대한 계획을 완전히 수정한 듯 하다. '포스트 조인성'에 대한 고민을 뒤늦게 시작해 지난해 조윤준을 지명한 것에 이어, 올해는 2~3년 안에 주전 내야수로 키울 강승호를 뽑았다. 4라운드에선 북일고 동기인 외야수 심재윤을 지명했다. 김진철 육성팀장은 지명을 마친 뒤 "드래프트 만족도는 90점 정도"라며 "처음부터 야수를 많이 지명하려고 했다. 원하던 선수들도 많이 뽑았다"고 밝혔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강릉고 투수 김강래와 신일고 투수 이윤학을 지명하면서 투수 쪽 보강도 놓치지 않았다. 한 LG 스카우트는 이에 대해 "원래는 내야수 1명을 더 뽑고 싶었는데 다른 팀들도 야수를 많이 뽑더라. 좋은 투수 자원은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2,3라운드는 투수 쪽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강승호의 경우 파워와 컨택트를 겸비한 내야수로 꼽힌다. 올해 홈런을 4개나 칠 정도로 장타력이 있다. 스윙이 크지 않은데 홈런이 많이 나와 손목 힘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우투우타로 LG의 좌타자 편향 현상을 해결해 줄 수도 있다. 야구를 시작한 뒤 줄곧 유격수만 봐온 탓에 수비 시 유연성과 송구능력도 좋다는 평이다.

LG 구단 내부에선 강승호를 오지환과 경쟁시킬 내야수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졸 야수이기에 다듬을 게 많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1군 선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 공은 1,2군 코칭스태프로 넘어갔다. 그동안 육성에 있어 아쉬운 모습을 보인 LG에서 성공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2~3년 뒤 강승호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013 프로야구 신인선수 지명회의가 20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열렸다. LG에 지명된 심재윤, 강승호, 이윤학(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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