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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장마에 방망이가 식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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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가 한창 상승세의 절정을 달리던 8월초로 돌아가보자. 8월3일부터 사흘간 잠실 원정경기에서 까다로운 두산을 상대로 2승1패의 위닝시리즈를 거둔 KIA는 홈인 광주로 내려와 6일 하루를 쉬고 화요일(7일)부터 다시 넥센과 3연전을 치렀다. KIA는 이 3연전을 스윕하며 5연승을 달성한다.
그러나 광주지역에 목요일 밤부터 내린 비로 인해 금요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맥이 끊겼다. 당시 롯데는 선발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상황이었는데, 때마침 1경기가 취소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반면, KIA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선발 로테이션이나 한창 달아올랐던 타선이 모두 덜컥하고 급브레이크에 걸리는 악재를 떠안고 말았다. 결국 KIA는 토-일 2연전에서 단 3점 밖에 뽑지 못하며 롯데에 연패를 당한다.
이 두 번의 패배는 KIA에 그리 큰 충격까지 몰고 오지는 않았다. 마침 월요일 휴식이 있어 데미지를 털어낼 기회는 충분했다. 그런데 또 다시 '우천 악재'가 불어닥치고 말았다. KIA 선수단은 14~16일 잠실에서 LG와 3연전을 치르기 위해 13일에 서울로 이동했다. 사실 원정에서는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열악한 구장 시설로 인해 원정팀에게까지 충분한 훈련 공간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정에서 우천취소가 되면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진다고 걱정하는 코칭스태프가 대다수다.
그런데 하필 KIA가 이런 악조건을 만나게 된 것이다. 14~15일 경기가 모두 우천 취소되면서 KIA는 결과적으로 사흘간 호텔방에서 마냥 쉬어야 했다. 지친 체력이 어느정도 보충된 효과는 있었겠지만 경기감각, 특히 타자들의 배팅 감각은 크게 저하됐다. KIA 선동열 감독은 여름장마가 한창이던 지난 7월경 "원정에서 우천취소가 되면 선수들이 타격연습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공격력은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필 이런 상황이 8월에 나타난 것이었다.
결국 이렇게 두 차례의 '우천 악재' 이후 KIA의 방망이는 물먹은 솜처럼 무기력해졌다. 6경기에서 단 9득점의 빈타의 근본 원인은 늦은 장마였던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