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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홍성흔 자신이 인정했다. '나는 롯데의 계륵'이라고.
사실 홍성흔은 18일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뻔 했다. 코칭스태프는 이날 1군에 등록된 용덕한을 포수로 기용하고 강민호를 지명타자로 내세울 계획을 세웠었다. 홍성흔은 "솔직히 내가 코칭스태프여도 나를 뺐을 것이다. 그만큼 실망을 안겨드렸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건 사실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기회가 찾아왔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손아섭이 탈수 증상으로 선발출전할 수 없었다. 중심타선의 힘이 너무 약해지는 상황. 그렇게 홍성흔은 5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찬스에서 '이번에 못치면 롯데와 재계약을 못한다'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타격에 임했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끝까지 집중해 받아친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끝까지 믿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너무 감사드린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중심타자인 홍성흔이 부진하자 롯데 타선 전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홍성흔은 "내가 롯데의 계륵이 아닌가 생각했다. 내보내지 않으면 아쉬운데 나가면 안타를 치지 못하지 않았나. 속상한 마음에 계륵이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봤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2타점 적시타를 치기 전 홍성흔이 헛스윙을 하며 볼카운트가 2B2S으로 몰리자 덕아웃에서 큰 기대를 안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한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