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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내가 롯데의 '계륵'인지 고민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8-19 07:01


1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무사 2루서 2루주자 홍성흔이 박종윤 타석 때 투수 강윤구의 악송구를 틈타 3루까지 뛰어 세이프되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8.18.

계륵.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홍성흔 자신이 인정했다. '나는 롯데의 계륵'이라고.

롯데 홍성흔이 다시 '해결사'로 돌아왔다. 타선이 전체적인 슬럼프에 빠져있던 롯데에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일이다. 홍성흔은 18일 부산 넥센전에서 팀이 1-4로 뒤지던 6회 무사 2, 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루타를 때려냈다. 롯데는 홍성흔의 귀중한 안타를 발판으로 삼아 넥센에 5대4로 역전승을 거두며 3연패를 탈출했다. 이 안타 뿐 아니었다. 홍성흔은 4회말 깨끗한 좌전안타를 터뜨리며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홍성흔은 최근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 주말 광주 KIA전에서 문제가 생겼다. 팀의 움녕이 걸렸던 중요한 경기. 스윙할 때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왼쪽 목 부위에 통증이 찾아왔다. 그렇게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졌고 이날 경기 전까지 치른 주중 4경기에서 단 2안타만을 기록했다. 특히 17일 넥센전이 팬들을 성나게 했다. 안타를 1개 치긴 했지만 찬스마다 무기력한 스윙으로 삼진을 당해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사실 홍성흔은 18일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뻔 했다. 코칭스태프는 이날 1군에 등록된 용덕한을 포수로 기용하고 강민호를 지명타자로 내세울 계획을 세웠었다. 홍성흔은 "솔직히 내가 코칭스태프여도 나를 뺐을 것이다. 그만큼 실망을 안겨드렸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건 사실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기회가 찾아왔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손아섭이 탈수 증상으로 선발출전할 수 없었다. 중심타선의 힘이 너무 약해지는 상황. 그렇게 홍성흔은 5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찬스에서 '이번에 못치면 롯데와 재계약을 못한다'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타격에 임했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끝까지 집중해 받아친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끝까지 믿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너무 감사드린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중심타자인 홍성흔이 부진하자 롯데 타선 전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홍성흔은 "내가 롯데의 계륵이 아닌가 생각했다. 내보내지 않으면 아쉬운데 나가면 안타를 치지 못하지 않았나. 속상한 마음에 계륵이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봤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2타점 적시타를 치기 전 홍성흔이 헛스윙을 하며 볼카운트가 2B2S으로 몰리자 덕아웃에서 큰 기대를 안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한다.

경기 후 홍성흔은 오랜만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요한 순간 한방으로 팀도 귀중한 승리를 챙기고 자신도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렸기 때문이다. 코치들은 홍성흔에게 "네가 살아야 롯데가 산다"라는 격려를 해주며 용기를 북돋웠다. 홍성흔도 그 말에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홍성흔은 2루타를 친 후 상대투수의 폭투를 틈타 3루까지 내달렸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작렬했다. 홍성흔은 "올시즌 들어 처음으로 헤트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내가 열심히 하면 팀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몸을 던졌다"고 했다. 확실히 롯데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고의 분위기메이커는 홍성흔이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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