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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 선두도 했겠다.'
'한화가 아닌 다른 팀 선발이었더라면….' 류현진이 지독한 승운 부재에 시달리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해의 경우 류현진은 총 24경기 126이닝을 던지면서 11승(7패)을 챙겼다. 6할1푼1리였던 승률이 올해 4할5푼5리로 추락한 것이다. 다승 랭킹에서도 작년 공동 8위였던 것이 올해는 공동 22위에 머물고 있다.
그래도 평균자책점은 3.29로 작년(3.26)과 비교할 때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탈삼진(147개)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한편 지난해(128개)보다 오히려 향상됐다. 개인적인 기량은 여전히 최고 에이스지만 결과는 엇박자인 것이다.
올시즌 류현진의 등판일지를 살펴보면 류현진 스스로 무너진 경기는 두세 차례 있었다. 하지만 총 19경기 가운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호투를 펼친 게 14경기였다. 퀄리티스타트 랭킹으로 따지면 5위에 해당한다.
퀄리티스타트로 잘던졌지만 여기서 거둔 성과는 부실하다. 올시즌 거둔 5승이 모두 퀄리티스타트에서 나왔다. 나머지 9차례 퀄리티스타트서는 승패로 기록되지 않거나 3패를 기록했다. 타선의 지원을 제때 받지 못했고, 애써 구축해놓은 방어벽을 불펜진이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불운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류현진이 팬들의 호기심대로 다른 팀 선수였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산술적으로 예측을 해보니 류현진은 펄펄 날고도 남을 법했다.
우선 한화의 현실을 보자. 최하위 한화는 15일 현재 퀄리티스타트 승률에서 5할4푼5리(24승20패)로 LG(0.515·17승16패) 다음으로 나은 7위다. 역전패 부문에서는 총 26경기로 8개 구단중 가장 많다. 팀타율은 6위, 평균자책점은 최하위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류현진이 퀄리티스타트 대비 거둔 승률은 3할5푼7리에 불과하다. 반면 다승 부문 1위(14승)를 달리고 있는 삼성 장원삼의 경우 퀄리티스타트를 한 게 9경기밖에 안되지만 여기서 거둔 성적은 6승2패였다. 장원삼의 퀄리티스타트 대비 승률은 6할6푼7리에 달한다. 류현진이 장원삼의 처지였다면 14경기 가운데 최소한 9승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수 승률 부문에서 1위(0.846)를 달리는 삼성 탈보트는 10차례 퀄리티스타트에서 무려 8승을 챙겼다. 현재 19경기에 출전해 11승을 챙긴 탈보트로서는 퀄리티스타트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만약 류현진이 삼성 선수로서 탈보트같은 혜택을 누렸더라면 퀄리티스타트 경기에서 11.2승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장원삼과 탈보트는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한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우가 각각 3, 2차례에 불과했다. 반면 류현진이 무려 9차례의 퀄리티스타트를 헛수고로 날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승 선수들 달리고 있을 것이란 추산이 가능하다.
장원삼, 탈보트가 속한 삼성은 퀄리티스타트 승률 팀순위에서 3위(0.717·33승2무13패)밖에 안된다. 롯데가 1위(0.737·28승3무10패)다.
'류현진이 이런 팀 소속이었다면?' 이래저래 우울한 가정법이다.
특히 류현진보다 많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중인 나이트(넥센·19회), 니퍼트(두산), 유먼(롯데), 주키치(LG·이상 15회) 등 4명 선수들의 공통점은 10승 이상을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