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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부산 롯데-SK전. 2-2 동점 상황에서 8회 롯데 정대현이 투구를 했다. 정상호가 친 타구는 빗맞았다. 하지만 타구 위치가 절묘했다. 1루수와 2루수, 그리고 우익수 사이에 떨어졌다. 손아섭이 전력질주해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지만, 미치지 못했다. 정대현이나 손아섭의 잘못이 아니었다. 정대현은 범타를 유도했다. 손아섭은 당연히 외야 깊숙히 수비위치를 설 수밖에 없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상호의 파워는 메이저리그급. 그 상황에서 빗맞은 텍사스성 안타는 잡을 수 없는 위치에 떨어졌다. 결국 3-2 SK의 승리.
하지만 올해 그의 진가는 더욱 치솟았다. 수비력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그의 수비는 좋지 않았다. 전문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외야수에게 기본적인 타구 지점 포착능력이 좋지 않았다.
사실 외야 수비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은 있었다. 빠른 발과 좋은 어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키워준 것은 롯데 조원우 작전주루코치다. 한국의 대표적인 외야수였던 그는 외야수비에 대한 노하우를 손아섭 뿐만 아니라 전준우 김주찬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롯데 양승호 감독도 "조원우 코치가 외야 수비 안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극찬할 정도.
손아섭은 "마인드의 측면에서 조 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너는 당연히 좋은 외야 수비를 할 수 있다'고 항상 말해주셨다. 또 외야 수비에서 집중력을 가지라고 말해주신다"고 했다. 사실 손아섭과 전준우의 말처럼 프로에서 외야수비의 기술적인 부분은 백짓장 한 장 차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집중력이다.
이같은 마인드 컨트롤은 손아섭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집중력을 항상 높히려고 하고 있다. 그것이 좋은 외야수비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했다.
빠른 발을 가진 그에게 집중력은 타구판단에 많은 도움이 됐다. 또,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보직을 옮긴 그는 그동안의 경험이 보약이 됐다. 그는 올 시즌 "그동안 시행착오와 경험이 쌓이면서 올 시즌 외야 수비에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가장 큰 화제는 그의 외야 송구다. 빨랫줄같은 송구는 상대팀 주자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는 겸손하다. 그는 "사실 어깨가 그리 강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빠른 발 때문에 송구능력이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시는 것 같다. 남들은 50m 지점에서 공을 던질 것을 나는 빠른 스피드로 2~3발 앞에 나가서 송구한다. 당연히 송구의 길이는 4~5m 줄어든다. 때문에 어깨가 좋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능력이다. 빠른 발로 강하게 도약하면 당연히 송구도 빨라진다. 게다가 손아섭의 표현과 달리 그의 송구는 매우 빠르고 정교하다.
지난 시즌까지 손아섭은 타격능력이 뛰어나지만 수비가 약한 반쪽자리 외야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 그의 표현처럼 타격의 상승세가 약간 떨어졌다. 그러나 수비력은 외야에서도 톱 클래스가 됐다. 오히려 손아섭의 그림자가 더 크게 느껴진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