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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승호 감독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올 시즌 항상 정대현의 컴백시기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롯데의 주축이 될 투수다.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아는 베테랑
아직 그의 컨디션은 100%가 아니다. 패스트볼의 구속이 조금 떨어져 있는 상태다. SK 시절 그의 패스트볼 구속은 130㎞ 중반. 현재는 130㎞ 초반이다.
그는 투구밸런스를 맞추는데 총력을 기하고 있다. 패스트볼의 구속은 그 다음 문제다. 양 감독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9일 복귀전에서 정대현은 자신의 강점인 커브와 싱커만으로 상대했다.
그는 패스트볼과 옆으로 휘는 슬라이더, 그리고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싱커를 가지고 있다. 또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110㎞대 커브도 장착하고 있다.
이날 던진 9개의 공 중 5개의 커브와 4개의 싱커를 던졌다. 왼손타자 이병규에게 커브로 타이밍을 뺏으며 삼진으로 처리했고, 윤정우와 이진영을 130㎞ 초반대의 싱커로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자신의 강점을 철저하게 활용해 경기 주도권을 완벽하게 쥐었다. 게다가 싱커가 130㎞대가 나오고 있다. 우려했던 속구의 구속저하 부작용도 거의 없는 셈이다.
그는 연습 투구 때 "던지고 난 뒤 몸이 뻐근했다"고 했다. 정확한 투구밸런스를 잡지 못했다는 의미. 그러나 이날 경기를 마친 뒤 "2군에서는 1~2개정도만 좋은 공이 들어갔는데, 오늘은 1~2개를 빼고 좋은 공이 들어갔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공'이란 투구밸런스가 잘 잡혀진 상태에서 던진 볼끝이 살아있는 공을 의미한다. 그는 현재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너무나 잘 안다. 때문에 그의 공백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지난 시즌의 일이다. 시즌 전 SK 오키나와 캠프에서 당시 사령탑을 맡고 있던 김성근 감독은 자신있게 "올해 마무리는 정대현"이라고 했다.
당시 SK는 정해진 마무리가 없었다. 실전에서도 이승호 정우람 정대현을 번갈아 기용했다. 김 감독이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정대현의 무릎 상태가 대단히 양호해졌다. 패스트볼 구속이 140㎞대를 육박할 정도로 빨라졌다. 구속이 증가해 왼손 타자에 대한 약점이 없어졌기 때문에 마무리로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현도 좌, 우타자에 대한 편차가 있었다. 지난 5년간 우타자 상대로 1할8푼9리, 좌타자 상대로 2할6푼1리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그 이유는 잠수함 투수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좌타자는 타석에서 오른손 잠수함 투수의 공을 보는 시간이 우타자보다 길다. 때문에 대처할 수 있는 그만큼의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정대현의 패스트볼 구속증가로 이같은 약점이 보완됐다고 판단했다.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들어오다 갑자기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싱커를 완벽하게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실 2010년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다. 2010시즌 초반 무릎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투구수 35개 이상을 던지지 않으며 철저한 보호를 받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특급성적을 냈다. 2010년 49게임에 나서 평균 자책점 1.40, 4승1패 4세이브 8홀드, 지난해 53게임동안 평균 자책점 1.48, 3승3패 16세이브 11홀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309일의 공백이 있었다. 무릎수술을 했지만, 오히려 휴식기를 가진 것은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에게 긴 공백은 부작용보다 자신의 몸을 다시 추스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