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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 위기 속에서 빛나는 넥센 영건 4인방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2-08-09 11:04 | 최종수정 2012-08-09 11:04


◇넥센 강윤구

'실망 속에도 희망은 피어난다.'

전반기를 3위로 마감,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얘기하던 넥센의 하반기 부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하반기 이후 8일까지 4승10패. 팀 타율(0.210)도, 팀 평균자책점(4.79)도 8개팀 가운데 꼴찌이니 당연히 성적도 3위에서 6위로 곤두박질쳤다.

타격의 침체가 가장 큰 문제다. 여기에 전반기 나이트와 함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줬던 외국인 투수 밴 헤켄이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이탈하면서 투수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여기에 부진을 거듭하던 김병현마저 2군으로 추락, 마지막 순위 싸움에 열을 올려야 할 시기에 선발진이 2명이나 빠지는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위기의 순간에서 땜빵 선발로 내세운 강윤구 한현희 장효훈 문성현 등 영건 4인방이 기대 이상의 순항을 하고 있다. 실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이라 할 수 있다.

제구력 난조로 인해 2군으로 떨어졌다가 불펜에서 대기중이었던 강윤구는 지난 6월16일 롯데전 이후 49일만인 4일 LG전에 선발로 나섰다. 이날 강윤구는 7이닝동안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3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3연패에 빠져 있는 팀을 위기에서 구한 호투.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고질적인 문제였던 볼넷이 1개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앞선 11번의 선발에서 44개의 4사구를 남발, 경기당 무려 4개씩 허용했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삼진 아니면 볼넷'이라는 극단적인 피칭을 거듭하다 제구력이 잡히니 위력이 배가되고 있다. 앞서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를 얘기하며 강윤구와 비교하자 "2군 다녀오더니 제구력이 잡혔다. 그런 소리 하지말라"며 손사래를 치던 넥센 김시진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한 셈이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평소에도 "윤구는 공을 최대한 앞으로 가지고 나와 뿌리는 장점을 가진 투수다. 제구력만 다듬어진다면 류현진 김광현에 버금가는 대형 좌완 투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1군 복귀 후 이제 1경기 등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이 정도의 투구를 계속한다면 넥센 투수진에 큰 희망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고졸 신예 한현희도 7일 KIA전에 나와서 6이닝동안 5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1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4번의 선발 등판 가운데 가장 긴 이닝을 소화했다. 20⅓이닝동안 22개의 삼진을 잡아낼 정도로 구위가 뛰어나다. 무엇보다 프로 1년차임에도 마운드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는 배짱투가 넥센 벤치에서 가장 높게 사는 대목. 차라리 맞더라도 4사구를 내주지 않고 정면 승부를 하는 근성도 김시진 감독을 흐믓하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파이어볼러이지만 역시 제구력 문제로 불펜과 선발을 오가는 스윙맨 역할을 하던 장효훈도 선발 낙점을 받은 8일 KIA전에서 5이닝동안 4안타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4개의 볼넷 허용이 아쉽기는 했지만, 4회까지는 상당히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

갈비뼈 실금 부상에서 회복한 문성현은 셋업맨으로 뛰며 넥센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복귀 이후 8경기에 나와 10이닝동안 1실점에 그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선발 복귀는 쉽지 않다는 점. 김시진 감독은 "오랜 이닝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무리다. 올 시즌에는 선발로 기용하지 않고 짧게 이어던지는 셋업맨 역할을 계속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들 영건 4인방은 팀이 어려움에 빠진 사이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위기 속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넥센의 젊은 히어로들이 팀을 사상 첫 4강으로 이끌지는 두고볼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년 시즌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넥센 한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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