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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희, 수렁 속에 발견한 넥센의 희망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8-08 02:35 | 최종수정 2012-08-08 06:43


넥센 선발진에 희망을 던진 고졸 신인 한현희.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선발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넥센 김시진 감독. 올시즌 가장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창단 후 첫 4강 진출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시점. 승부처에 부상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선발진 공백이 심각하다. 김병현이 난조 끝에 2군으로 갔다. 설상가상으로 밴 헤켄 마저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가뜩이나 두텁지 않은 선수 층. 잇몸 야구로는 한계가 있다. 나이트 강윤구 정도를 제외하면 졸지에 고정 선발이 없어졌다. 김시진 감독은 7일 KIA전에 앞서 "현재 우리 팀 3~5선발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임시 로테이션을 가동중 임을 시인했다.

그렇다고 대장이 마냥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법.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할 상황. 김시진 감독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혹시 아나. 이런 상황에 어쩌면 기회를 잡은 새 얼굴 발견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며 애써 위안을 삼는 모습. 무심코 던진 김 감독의 이 말이 현실화 되기까지 불과 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비록 아쉽게 역전패했지만 이날 경기의 포커스 중 하나는 선발 한현희의 재발견이었다. 그는 전혀 고졸 신인답지 않았다. 씩씩한 정면 승부로 KIA 타선을 압도했다. 한창 물이 오른 KIA 앤서니와의 선발 맞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6이닝 동안 단 1안타, 1볼넷으로 1실점. KIA 타선을 압도한 무기, 명품 슬라이더였다. 마치 전성기 김병현의 프리즈비 슬라이더가 한현희에게 빙의된 듯 했다. 타자 몸 앞에서 갑작스레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KIA 타자들은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겼다. 타이밍 싸움에서 지고 나니 타구에 전혀 힘을 싣지 못했다. 허리가 빠진채 맞히는 데 급급한 모습. 이날 중계를 한 MBC스포츠 플러스 양상문 해설위원은 "저 정도의 슬라이더면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만으로도 상대 타선을 압도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불펜 난조로 아쉽게 데뷔 첫 선발승을 놓쳤지만 한현희의 눈부신 호투는 최악의 위기 속 넥센에 희망을 던지기 충분했다. 나이트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선발진에 강윤구에 이어 한현희가 릴레이 호투를 펼치며 선발 재편의 가능성을 비쳤다. 향후 10년간 넥센 마운드를 이끌어갈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라 반가움이 두배. 무너졌다고 절망했던 선발진의 기사회생 조짐. 지난 4일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헤켄이 순조로운 재활로 열흘만에 복귀할 경우 넥센은 이전보다 더 탄탄한 선발야구로 반격의 계기를 마련할 지 모른다. 최악의 위기가 새 얼굴 발견의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는 루틴. 잘 풀리는 집안의 전조다. 분명한 사실은 섣불리 넥센의 추락을 언급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란 점이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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