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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같은 패턴이다. KIA가 두산을 상대로 '1패 뒤 2연승 위닝시리즈'를 재현했다. 후반기 들어 벌써 세 번째 같은 패턴의 위닝시리즈다.
어쨌든, 후반기 초반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화의 반전에 휘말려 주춤거리긴 했어도 KIA는 전반기보다 한층 전력이 안정된 듯한 모습이다. 앞선 순위에 있는 팀들과의 대결에서 먼저 첫 경기를 지고도 2연승으로 위닝시리즈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붙었다는 증거다. KIA는 과연 어떤 면에서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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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5일 잠실 두산전에서 완투승을 노리던 선발 소사가 9회에 두산 최재훈에게 2점 홈런을 맞는 바람에 8⅓이닝 4자책점으로 퀄리티스타트 달성에 실패하긴 했지만, 선발의 막강한 힘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두산은 최고 156㎞까지 나온 소사의 강속구와 변화무쌍한 싱커에 속수무책이었다.
강팀의 힘은 선발에서 나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최근 롯데나 넥센 등이 다소 주춤한 것 역시 선발진이 약화된 탓이다. 그러나 KIA는 앤서니와 소사, 두 명의 외국인투수 원투 펀치를 중심으로 선발진이 후반기들어 한층 단단해졌다. 7월 24일 후반기가 시작된 이후 12경기에서 KIA 선발진은 6승3패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선발진의 승수는 삼성, 한화와 함께 공동 1위이고, 평균자책점은 두산(2.40)에 이어 2위 기록이다. 선발이 안정되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어준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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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장타력이 팀을 살렸다
선발의 안정화와 함께 나타난 KIA의 변화는 공격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다.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이런 변화가 포착되는데, 하나는 톱타자 이용규의 부활이고 다른 하나는 의외의 인물들에게서 장타가 터진다는 것.
우선 이용규의 부활은 전반기 내내 선 감독을 고민케 했던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용규는 후반기 12경기에서 타율 3할8푼8리로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이 덕분에 2할6푼대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도 이제는 2할8푼3리까지 뛰어올랐다. 이용규가 "내 자존심의 기준"이라고 했던 2할8푼을 넘어선 것이다.
이용규의 부활은 결국 팀의 중심타선으로 하여금 보다 많은 득점찬스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KIA의 후반기 팀 득점이 SK(61점)에 이어 54점으로 한화와 함께 공동 2위에 오른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여기에 더해 '의외의 인물'의 분발이 KIA 공격을 한층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 바로 김원섭과 박기남이 그 주인공들이다. 김원섭은 전반기에도 팀의 핵심타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정확성에 비해 장타력은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전반기 내에 홈런이 단 1개도 없던 것. 그러나 후반기가 되자 홈런 2개를 몰아치면서 팀의 장타력을 이끄는 모습이다. 사실 김원섭은 고질적인 간염 증세로 인해 시즌 중후반에 접어들수록 체력이 쉽게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후반기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장타력마저 보여준다.
이범호의 장기부상으로 인해 주전 3루수를 맡고 있는 박기남의 맹위도 상당히 의외성을 띄고 있다. 박기남은 5일 잠실 두산전에서 'KIA 킬러' 김선우로부터 2회 역전 결승 스리런홈런을 터트렸다. 수비에서의 역할만 기대하던 KIA 벤치에는 커다란 선물이다. 결국 이런 의외의 인물들이 팀의 장타력을 주도해나간 덕분이 최근 체력 저하로 고전하고 있는 최희섭이나 김상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후반기 3번째 위닝시리즈 KIA, 무엇이 달라졌나. 넥센 롯데 두산 등 상위권 팀 대결에서 모두 1패뒤 2연승. 롯데-두산은 스윕할 뻔 했으나 1차전 막판 역전패. 선발의 안정화와 이용규의 부활, 김원섭 박기남 등 예상 못한 인물의 장타력. 불펜만 살아나면 더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