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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左衝右突 ), 새로운 팀으로 변신하고 있는 SK를 설명하기 가장 좋은 단어가 아닐까.
기본적으로 탄탄한 전력이 선전의 밑바탕이다. SK 선수들은 지난 5년 간 치열하게 부딪히며 강팀의 반열에 올라섰다.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 정도로 혹독하게 단련됐다. 특별히 주문하지 않아도 반사적으로 움직일 만큼 진화했다.
한차례 추락을 거친 뒤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눈에 띄는 건 역시 선수들이다. 또한 이속에서 조금씩 '이만수표 야구'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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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팀의 4번타자로 회춘한 모습을 보이는 베테랑 이호준이 대표적인 예다. 이호준은 4일까지 85경기서 타율 2할9푼7리에 14홈런 49타점을 기록중이다. 최 정(2할9푼7리 19홈런 56타점)에 이어 팀내 타율, 홈런, 타점 2위다.
이호준에게 달라진 비결에 대해 묻자 달라진 팀 컬러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새로운 감독님이 오시면, 새로이 원하는 스타일이 있지 않나. 그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호준은 장타력에 장점이 있는 타자다. 그는 "작년까지는 짧게 치는 타격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칭스태프에서 삼진 먹어도 좋으니 큰 스윙을 해도 좋다고 하신다. 내 스윙을 하라고 하신다"며 "예전엔 1,3루서 맞히는 데 집중하는 타격을 했다. 그런데 운 좋게 툭 대서 나오는 안타가 몇개나 되겠나. 병살타 칠 바엔 크게 돌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스윙이 어떻게 변한 것일까. 이만수 감독은 모처럼 방망이를 들고 기술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이 감독은 "타격 시에 힘이 뒷다리에 남아있어야 되는데 이미 상체와 함께 쫓아나간다. 이러면 팔로 덮는 스윙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물론 이호준이 나이가 들면서 힘이 없다고 생각해 상체가 먼저 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중심을 뒤에 남겨두고, 손이 좀더 뒤에 나와야 배트가 앞으로 많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호준이 원래 갖고 있던, 한창 좋았을 때 모습이 다시 나오는 것이다. 타구가 좌우로 자유자재로 향하는 게 좋아졌다는 증거다"라고 덧붙였다.
이호준의 회춘의 비결은 바로 이 감독과의 궁합이었다. 달라진 팀 컬러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이호준이었고, 이 감독은 믿음을 갖고 붙박이 4번타자로 팀의 중심을 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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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팀 컬러가 이호준을 살렸다면, 예전 팀 컬러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바로 '발야구'다. 이는 SK가 지금껏 잊고 있던 장점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SK는 강팀의 반열에 올라선 지난 2007년부터 4년 동안 팀 도루 2위에 오르며 빠른 발을 자랑했다. SK가 펼친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상대의 한 베이스를 막는 플레이는 이제 기본이 됐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 체제 이후 도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주축 선수들의 잔부상도 있었지만, 과감성이 사라진 게 문제였다. 전반기 SK의 팀 도루는 44개에 그쳤다. 1위 넥센(111개)과의 격차는 두 배가 넘었고, 3위 KIA(88개)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수치였다.
후반기 들어 SK의 기동력이 살아났다. 4일까지 11경기서 1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삼성과 함께 팀 도루 공동 1위다.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무려 6차례나 뛰었다. 3개 성공, 3개 실패로 50%의 성공률에 그쳤지만, 엄청난 변화다. 이젠 틈만 나면 뛴다. 과거의 SK처럼.
이 감독은 "역시 우린 뛰어야 된다. 난 시즌 초반도 그렇고, 계속 그린라이트다. 이젠 선수들이 느낀 것 같다. 활발하게 뛴다"며 웃었다. 이어 "폭염 속에서 한 번 뛰고 나면 평소보다 배로 힘이 든다. 하지만 선수들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졌다. 알아서 뛰는 일이 점점 많아지더라"며 선수들의 달라진 자세를 칭찬했다.
이만수 감독은 미국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이호준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소위 말하는 '롱볼'을 추구한다. 이 감독 본인도 '헐크'로 불린 현역 시절에도 전형적인 장타자였다. 하지만 그가 무조건적인 메이저리그식 야구를 신봉하는 건 아니다. 독특한 팀 컬러를 구축한 SK에서 새로운 색깔을 덧입히고 있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이 감독의 지도 철학 역시 그렇다. 달라진 팀 컬러, 그리고 과거의 장점을 되찾으려는 노력까지. SK는 이만수 체제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새로운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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