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선발 할 수 있냐고 해도 싫다고 하더니…."
이런 바티스타가 선발로 나오자마자 잘 던지니 '왜 진작에 선발로 던지게 안했냐'고 코칭스태프를 성토하는 일부 팬들도 있는 상황. 하지만 정작 속상한 건 한화 코칭스태프다.
바티스타의 선발 전환은 유창식과 양 훈이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한차례 로테이션을 거르는 동안 대체할 선발 자원이 없었다. 마무리도 안 되고, 중간계투도 안 되던 바티스타를 그냥 두기엔 아까웠다. 구위 자체는 믿음직스러웠고, 지난해 이미 선발 전환을 시도했던 터였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선발 전환을 두려워했다.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서 뛰던 2006년 이후 선발로 뛴 적이 없었던 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 감독은 "바티스타가 그땐 마무리로 잘 던지고 있으니까 선발하기 싫었지. 내년엔 가능하냐고 하니까 그것도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고"라며 웃었다.
'절실함'의 차이도 큰 요인이라고 했다. 한 감독은 "아마 본인도 느꼈을 것이다. 마무리도 안 되고, 중간도 안 되고. 마지막으로 온 기회라고 생각하니 절실할 수 밖에 없겠지"라고 말했다. 그래도 바티스타에 대한 믿음이 생긴 듯 했다. 이내 "이런 식으로만 던져주면투구수 늘리는 건 문제없을 것 같다. 계속 선발로 던져야지"라고 덧붙였다.
바티스타 본인도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팀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3일 대전 SK전을 앞두고 만난 바티스타는 "내가 이렇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감독님이 기회를 계속 주셨다. 내 본 모습을 찾게 하려고 해주신 걸 잘 안다"며 "진심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은 통역과 정신적인 상담을 해주는 멘탈 코치 등 팀에서 정말 큰 신경을 써준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선발' 바티스타는 어떨까. 바티스타는 "투구수 100개도 문제없다. 어제도 충분히 던질 수 있었다"며 "나도 선발로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궁금하다. 팀에 감사한 모든 이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며 웃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