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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게 많이 나가는데 안 힘들겠어?"
한 감독은 "사실 장염 증상이 있어서 걱정이 많이 됐다. 운동장 나오기 전에 병원도 갔다 왔다. 그런데 아프다고 힘 빼고 치니 5안타를 치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병훈 KBS N 해설위원은 "아프지만 았았으면, 5안타 중에 3개가 홈런이었겠다"며 거들었다.
대화 도중 최근 상승세의 원동력인 오선진 이야기가 나왔다. 오선진은 현재 붙박이 1번타자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그런데 한 감독이 갑자기 이 위원과 취재진에게 "김태균이 왜 체력적으로 힘들었는지 알아?"라고 질문을 던졌다. 한 감독은 "그동안 김태균이 톱타자로 나간 게 한 두번이 아니잖아"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한 감독은 7월 초 김태균에게 "태균아, 1번타자 한 번 쳐볼래?"라고 농담을 건넨 적이 있다. 김태균은 이에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네, 감독님 지시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한 감독의 1번타자 제안은 농담이었지만, 그렇게 대답한 김태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가슴이 더 아팠다.
이 위원이 또다시 한 감독을 거들었다. 이 위원은 "김태균의 에버리지(타율)가 높은 이유가 있다. 1번타자니까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해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했다. 실제로 김태균은 타율 뿐만 아니라 출루율(4할8푼9리)도 부동의 1위다.
한 감독은 이에 "절반은 살아 나갔다는 소리네"라며 "그런데 태균이 발이 느리니, 연속안타가 나와도 홈에 못 들어오고 저기 서있다. 안타가 안 나오면 계속 1,2루를 왔다 갔다 해야 된다. 수비 시작할 때까지 그라운드에 서있을 때도 있다. 이러고 안 힘드면 사람이겠나"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태균의 체력 문제, 결국 한화의 고질적인 약점과 관련이 있었다는 게 한 감독의 진단이다. 이제 오선진이 1번타자로 자리잡았으니, 이 문제가 해결될까. 계속되는 폭염만 넘어선다면, 꿈의 4할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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